야외에서 벌에 쏘인후 호흡곤란을 일으켜 119 구급차로 응급실을 방문하거나 항생제 치료를 받았는데 갑자기 두드러기가 심해져 크게 놀라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증상은 아나필락시스 일명, 알레르기 쇼크다. 아나필락시스는 약물, 음식, 벌독 등 원인 물질에 노출된 후 갑자기 두드러기, 부종, 호흡곤란, 복통, 혈압 저하 등 심한 과민반응이 나타나는데, 이때 신속하게 조치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알레르기가 국소성 반응인 데 비해, 아나필락시스는 전신성 반응을 일으킨다.

이렇게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증 알레르기질환인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환자들이 다양한 정신질환을 동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예영민·이영수 교수팀은 국내 15개 대학병원에서 아나필락시스로 진단받은 성인 환자 2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안장애, 우울증의 발생률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환자 중 41.4%에 해당하는 84명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음을 확인했고, 이중에서도 47명(56.0%)이 심각한 수준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음을 확인했다. 대상자 203명 중 47명(23.2%)은 불안장애를, 57명(28.1%)은 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징적인 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할수록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함께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불안장애와 우울증의 중증도도 더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정신질환의 발생이 아나필락시스의 중증도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혈압저하나 쇼크와 같은 심각한 증상이 없었더라도 이후 정신적 후유증이 심하게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예영민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에서 아나필락시스 치료이후 많은 환자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등이 동반돼 힘들어 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하면서 “특히 이러한 증상들이 아나필락시스 발생이후 바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조기에 적극적인 정신과적 평가와 치료 그리고 지속적인 관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나필락시스는 알레르기 질환 중 가장 위험한 질환 중 하나로 전체 인구 중 약 1~2%에서 나타난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원인 물질에 노출시 급박하게 나타나는 고통스럽고 심각한 증상 자체에 관심이 주목되고, 잘 치료해서 회복하면 특별한 신체적 후유증이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특정 사건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난 뒤 그 당시의 원치 않는 기억들이 반복되거나 악몽의 형태로 나타나며,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활동, 사람, 장소를 회피하게 되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불면증이나 집중력 부족, 분노 등을 보이는 정신질환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난 2020년 5월, 알레르기 분야 국내 최고의 영문학술지인 Allergy Asthma Immunology Research(AAIR, 알레르기천식면역연구)에 ‘A Prospective Observation of Psychological Distress in Patients With Anaphylaxis(아나필락시스 환자에서 심리적 부담에 대한 전향적 관찰연구)’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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