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심재덕 시장 가신 지 벌써 16년이 됐구나!
지난 14일은 날씨마저도 따듯했다. 근 며칠 간 영하 10도를 밑도는 혹한이 계속됐지만 이날은 신기하게도 새벽에 영하 1도, 낮 기온은 영상 7도까지 오르는 포근한 겨울날씨를 보였다.
이 날 용인 두창리 묘소에서 ‘영원한 수원시장’ 심재덕 16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두창저수지가 눈앞에 펼쳐지는 야트막한 야산, 심재덕 시장을 존경하면서 그 시절을 함께 한 많은 이들이 모였다.
부인 선정선 여사와 아들 심영찬 씨 등 유가족과 이재준 수원시장, 황대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최호운 (사)전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 회장(화성연구회 이사장), 조명자 전 수원시의회 의장, 전흥섭 전 수원문화원 부원장, 김충영 전 화성연구회 이사장, 전직 수원시 공직자, 시민 등 50여명이 모여 고인을 추모하고 생전의 공덕과 인품을 기렸다.
특히 전직 수원시 구청장과 비서실 직원, 수행원 등 고인과 함께 수원시정을 이끌었던 이들이 여럿 참석해 감동을 주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옛 사람들은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정작 정승이 죽으면 문전이 썰렁하다’고 했다. 권력의 덧없음, 또는 비정한 인간사를 나타낸 말이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고, 먼 길을 마다않고, 매년 여기까지 오고 있다.
생전에 고인의 인품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이 사람들의 ‘의(義)’와 ‘정’은 돌아가신 지 16년이 지났어도 퇴색되지 않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부끄러웠다. 고인과 함께 했던 세월을 자랑했다. 인생의 표상이었다고 여길만큼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친 분이었건만 정작 묘소 참배는 한번밖에 하지 못했다. 2009년 1월 이후 이상하게도 참배 기회를 놓쳤다. 핑계지만 하필 그날 오전 무슨 일이 생기거나,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교통편을 구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꼭 참석하려고 마음먹었으나 나를 태워가기로 한 이가 사정이 생겨 또 가지 못했다.(참고로 나는 ‘뚜벅이’다. 면허증이 없다)
대신 수원에서의 추모행사는 빼놓지 않았다.
지난 11일 화성연구회 성신사 고유례와 신년회 때 몇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번엔 반드시 가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드디어 16년 만에 묘소에 가게 된 것이다.
심재덕 시장과 나의 인연은 퍽 오래됐다. 1987년 9월 고인이 수원문화원장으로 취임한 뒤 처음 벌인 일이 문화 소식지 ‘월간 수원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 편집위원을 맡아달라고 연락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긴 인연이 시작됐다.
그와 함께 일을 하면 신명이 났다. 월간 수원사랑 발간, 수원여름음악축제, 대보름민속놀이한마당, 성곽순례 등 행사를 비롯해 수원천 살리기, 서호를 시민에게, 수원화성축성 200주년 기념사업 등에 동행했다.
심 시장은 수원시장 재임기간 중 월드컵경기장을 짓고 월드컵 경기를 유치했다. 수원에서 화장실문화운동을 일으켜, 수원이 세계화장실문화의 메카가 되도록 했다. 퇴임 후에는 세계화장실협회를 만들었으며 자신의 집도 화장실 변기모양으로 짓고 '해우재'라 이름 지었다. 해우재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수원의 명소가 됐다.
수원화성을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공적이다. 심 시장은 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회의가 열리는 프랑스에 가서 위원들을 설득해 등재를 성공시켰다.
특히 수원문화원장 시절부터 추진했던 화성행궁 복원사업은 그의 업적이다. 지금 화성행궁에는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나도 이때 화성행궁복원추진위원(홍보부장)으로써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다는 사실을 큰 영광이자 자랑거리로 삼고 있다.
용인 두창리 묘소에서 어제의 일인 듯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심재덕 시장님께서 남기신 업적과 가치는 여전히 우리 삶 속에 흐르고 있다”는 이재준 시장의 말도, “제가 어린 학생이었을 때 심재덕 시장께서 그리신 수원의 미래 밑그림은 오늘날 수원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는 황대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의 말도, “화성을 세계유산에 등재 시키고 화성행궁을 복원시키는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이룩하신 업적들을 수원 시민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는 최호운 화성연구회 이사장(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 회장)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심재덕 시장은 수원의 백년대계를 그린 위대한 인물이다. 그가 튼튼하게 다진 터전 위에 오늘의 수원, 미래의 수원이 있다.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일을 합니다. 수확은 후손들이 하게 될 것입니다” “위대한 시민은 위대한 역사를 창조합니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심재덕 시장이 오늘은 더욱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