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희 원장
우리나라 사교육의 전신은 서당이다. 그 당시 유일한 사교육이자 최초의 독서학원인 셈이다. 그리고 교재는 천자문부터 시작한다. 훈장님을 따라 “아비 부, 날 생, 나 아, 몸 신…” 큰소리로 반복해서 읽는 것이 서당식학습법이었다. 이렇게 무작정 읽다 보면 어느 순간엔 책 한 권이 모조리 외워진다.

바로 ‘음독(音讀)’의 힘이다. 하지만 결국 입의 속도를 벗어나지 못해 받아들이는 정보량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단어나 글을 처음 접하는 어린 아이들이나 뇌의 기능이 감퇴되는 노인으로 음독의 대상이 제한된다.

음독(音讀)은 정독과 속독을 모두 막는다

문제는 음독으로 길들여진 아이가 커서도 그 습관을 그대로 가지고 가는 데에 있다. 이런 아이들은 입을 움직여 중얼중얼 소리를 내거나 아니면 속으로라도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

고등학교 문턱에서 속독의 중요성을 느끼고 교육원을 스스로 찾아온 민지(중3)도 그런 경우다. 정독률은 기대만큼 끌어올렸으나 워낙 꼼꼼한 성격에 오랫동안 굳어진 음독 습관을 결국 버리지 못해 속독 능력은 그다지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

책을 읽을 때 입에 의존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굳어질수록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음독은 속도를 잡아먹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글을 대하는 아이의 태도까지도 바꿔놓는다. 글은 단어를 외우려고 읽는 게 아니다.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내용과 내용의 연결 관계를 보며 ‘흐름’으로 읽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입을 사용해 내용을 하나하나 저장하려고 애쓴다.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핵심이 잡힐 리가 없다. 아무리 또박또박 읽었다 해도 이해한다는 보장이 없고, 문장이 길거나 내용이 복잡하면 다시 돌아가 읽는 게 다반사다. 한글을 깨우쳤다면 그 때부터는 눈으로만 글을 읽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뇌와 눈의 능력을 믿어라

숙련된 아나운서가 아무리 빨리 읽어도 1분에 500자를 넘지 못한다. 음독은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속도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음독습관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속독의 결실은 두뇌와 눈의 합작품이다. 여기서 입은 제외된다.

 뇌의 약 140억개에 달하는 세포 중 미개발상태에 있는 뇌신경 세포에 자극을 주어 새로운 회로를 만들어줌으로써 뇌를 활성화하는 작업이 속독의 비결이다. 쉽게 말하면 뇌를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컴퓨터로 본다면 눈은 정보를 입력하는 입력 장치가 되는 셈이다. 입력은 빠르고 정확해야 하는 것이 생명이기 때문에 입의 단계를 거쳐서는 안 된다.

한 자, 두 자가 아닌 두 줄, 세 줄, 그 이상을 볼 수 있도록 눈의 운동을 반복적이고 체계적으로 훈련하면서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카메라가 500분의 1초나 1,000분의 1초의 짧은 시간에 비쳐진 영상도 정확히 포착하여 필름에 기록하듯이 짧은 순간에 많은 활자를 뇌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 속독의 주안점이다.

한마디로 속독은 두뇌와 눈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빠르게 본 것을 빠르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적응시키는 독서 방법이다.

능력을 탓하지 말고 습관부터 고쳐라

잘못된 습관인 줄 알면서도 고칠 수 없는 마음의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아이가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잘 안돼요” 라고 말할 때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이미 굳어져 버린 자기습관을 버리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속독이라는 간판을 걸고 있으면서 정작 속독능력을 얻지 못해 돌아가는 아이의 뒷모습 때문에 잠 못 이룰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머릿속에 점점 더 굳어지는 나의 생각은 ‘습관이 곧 능력’이라는 것. 지금 내게 어떤 능력이 부족하다면 도대체 어떤 습관이 나의 그런 능력을 낳게 한 것인지를 밝히고 그것부터 고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리라.

빨리 읽고 싶어도 빨리 읽지 못하는, 그래서 책의 내용보다 책의 쪽수를 먼저 보고 한숨부터 내쉬는 아이들이 있다면 혹 내가 중얼거리며 읽지는 않는지, 쌀알 세듯이 일일이 외우려 들지는 않는지, 손으로 짚어가며 조심스럽게 읽지는 않는지 습관부터 따져보고 그 습관이 석고상처럼 굳어져 내 능력이 되기 전에 조금씩 고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문의 1688-8214

기고/ 최은희 원장 (사)대한논리속독학회 영통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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