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취약할수록 취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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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곳곳 전력 과부하 정전 … 노후 주거시설 취약성 노출아파트는 관리주체·대피공간 있지만 다세대·단독주택은 ‘막막’수원시 비상대응체계 가동…“제도 밖 사각지대까지 살핀다”
수원시 2026년 여름철 자연재난 대비 준비상황 보고회 (수원시 제공)
수원시 2026년 여름철 자연재난 대비 준비상황 보고회 (수원시 제공)

폭염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찾아왔지만, 견뎌낼 수 있는 여건은 달랐다.

14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수원 곳곳에서 정전이 잇따랐다.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곳곳의 전력설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한 탓이었다.

지난 4일에는 장안구 일대 아파트 3개 단지에서, 5일에는 영통구 일대 아파트 1개 단지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6일에는 장안구 다세대·단독주택가에서 전기가 끊겼고, 7일에는 팔달구 일대에서도 100여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폭염은 오래된 주거시설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수원시 관계자는 오래 전에 지어진 일부 아파트는 당시 전력 사용량에 맞춰 설비가 갖춰졌지만 현재는 에어컨과 각종 가전제품 사용이 크게 늘면서 기존 용량을 넘어서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전력설비를 증설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필요해 즉각적인 개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전 이후 대응 여건은 거주 형태에 따라 달랐다.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 등 문제를 논의하고 복구에 나설 관리주체가 있었다. 정전이 발생하더라도 일부 단지에서는 경로당이나 커뮤니티 센터 등 전기가 공급되는 공용공간으로 이동해 더위를 피할 수도 있었다.

다세대·단독주택은 달랐다.

지난 6일 장안구 일대에서는 폭염 속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부하를 견디지 못한 전선에 문제가 발생했다. 7일 팔달구 일대에서는 전신주에서 불꽃이 발생하면서 일대 전력 공급이 끊겼다.

하지만 이들 주택가에는 아파트처럼 건물 전체를 통합해 관리하는 주체가 없었다. 더욱이 거주자 상당수는 임차인이었다. 원칙적으로는 소유자들이 수리에 나서야 하지만 여러 집주인에게 연락해 비용 부담과 수리를 협의하는 과정이 길어지면 거주민들은 복구 시점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폭염을 견뎌야 했다. 정전으로 에어컨과 선풍기가 멈춰도 아파트처럼 단지 안에서 더위를 피할 공용공간도 없었다.

결국 수원시가 나섰다. 주민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인근 행정복지센터를 개방했다. 실제 일부 주민들이 이곳으로 이동했고, 복구공사가 끝날 때까지 머물 수 있도록 인근 교회에도 협조를 구했다.

같은 폭염과 정전이었지만 피해를 견뎌내는 조건은 달랐다.

차량이 있는 사람은 냉방이 가능한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가까운 곳에 가족이나 친척이 있는 사람도 잠시 집을 떠날 수 있었다. 관리주체가 있는 공동주택은 복구를 논의할 주체와 더위를 피할 공용공간이 있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훨씬 적었다.

수원시 역시 고령자와 장애인 등 스스로 이동하기 어렵거나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시민들을 가장 우려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가까이 인척이 있거나 차량이 있어서 자기 가족들이 갈 수 있는 곳이 있는 사람들은 괜찮다정말 취약계층인 어르신이나 장애가 있는 분들은 갈 데도 없는 경우가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수원시는 7일부터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했다. ·국과 구청, 동 행정복지센터와 보건소 등에 비상근무 인력을 편성하고 피해 발생 시 현장 대응과 취약계층 현장점검을 강화했다.

9일 폭염은 한풀 꺾였다. 수도권기상청은 이날 오후 4시를 기해 수원을 비롯한 경기지역의 열대야주의보를 해제했고, 오후 6시부터 폭염경보를 폭염주의보로 하향했다. 수원시도 강화했던 비상대응체계 운영을 종료했다.

불과 며칠간 이어진 정전은 폭염의 피해가 단순히 기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집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전력설비를 관리할 주체가 있는지, 더위를 피해 갈 공간이 있는지, 이동할 차량이 있는지, 도움을 청할 가족이 가까이 있는지가 폭염을 견디는 능력의 차이로 이어졌다.

폭염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왔지만 이를 견뎌낼 능력은 주거와 소득, 인프라와 가족관계에 따라 달랐다. 취약할수록 폭염에도 더 취약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취약계층 보호와 현장 중심의 안전관리를 위해 선제적인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며 “기존 제도와 관리체계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까지 세심하게 살펴 시민들이 안전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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