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쿠팡?] ③ 플랫폼선 사라진 소비자의 법적 권리
쿠팡에서 주문하고 결제한 상품에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는 어디까지 쿠팡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까. 국가가 유해하다고 판단해 리콜을 명령한 어린이제품을 추적해보니 구매자를 찾아 리콜을 알리는 것까지는 쿠팡 안에서 이뤄졌지만, 그 이후부터는 “소비자가 알아서” 였다. 법이 정한 청약철회 기간과 쿠팡의 자체 반품기준은 달랐고, 기존 결제 대신 판매업체에 계좌번호를 제공해 환불받아야 했다. 수원일보는 한 건의 리콜 사례를 통해 전자상거래법이 보장한 소비자의 권리가 대형 플랫폼의 시스템에서 실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후 처리 과정에서 돈과 개인정보가 왜 플랫폼 밖으로 이동하는지, 현행법은 플랫폼의 책임을 어디까지 규정하고 있는지 총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전자상거래법이 청약철회와 대금 환급 등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이를 행사하는 절차는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설계하면서 법이 보장한 권리가 플랫폼 안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3항은 재화의 내용이 표시·광고와 다르거나 계약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 재화를 공급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이면서, 그 사실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약철회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리콜 사례에서는 이 같은 법정기간과 플랫폼(통신판매중개자) 자체 기준 간 차이가 있다.
구매자는 제품을 공급받은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았고 안전기준 부적합 사실을 안 지도 30일이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쿠팡에서는 구매 후 30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해당 주문의 교환·환불 신청이 불가능했다.
법이 정한 청약철회 기간은 남아 있었지만 이를 행사할 플랫폼의 신청 경로는 먼저 닫혔다.
청약철회 이후 환급과 플랫폼의 소비자 보호 의무도 법에 규정돼 있다.
전자상거래법 제18조는 청약철회에 따른 환급 의무를 규정하면서 통신판매업자에 ‘소비자로부터 재화 등의 대금을 받은 자 또는 소비자와 통신판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자’를 포함하고 있다.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한 경우에는 결제업자에게 대금 청구의 정지 또는 취소를 요청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제17조와 제18조의 경우 플랫폼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제20조 제3항은 통신판매중개자가 사이버몰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의 불만이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원인과 피해를 파악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방해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제21조는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인 방법으로 청약철회 또는 계약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으며, 제32조는 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하거나 이행하지 않은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반행위 중지와 의무 이행, 소비자피해 예방·구제 등에 필요한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약철회부터 환급, 통신판매중개자의 분쟁 해결과 법 위반에 대한 시정조치까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이미 마련돼 있는 셈이다.
문제는 법에 적힌 권리가 플랫폼의 시스템에서도 실제 작동하느냐다.
온라인 거래에서 소비자가 마주하는 것은 법 조문이 아니라 주문내역에 표시된 교환·환불 관련 버튼이다. 법률상 청약철회 기간이 남아 있어도 플랫폼에서 신청이 불가하면 소비자는 별도로 고객센터에 문의하거나 관계기관을 통해 별도의 조치를 해야 한다.
법은 소비자에게 권리를 부여했지만 실제 그 권리를 행사하는 입구와 경로는 플랫폼이 설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법은 의무 위반이나 청약철회 방해 등이 확인되면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플랫폼의 교환·환불 시스템 자체가 법에서 정한 청약철회 사유와 기간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정부의 리콜 명령처럼 플랫폼이 제품의 문제를 인지하고 대상 구매자까지 특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반품 기준과 구분해 법률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경로를 시스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사례와 관련해 “정부 리콜의 경우 청약철회의 요건에는 해당되는 것으로 보이나 결제방식, 대금흐름 등 다양한 경우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경위는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며 “법률 위반이 확인되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