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 박사 김윤섭은 김영화의 개인전(인터불고 호텔갤러리) 카다로그 서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고요하고 아스라한 여명, 신묘한 낙조의 여운, 장엄한 밤하늘의 깊이, 그리고 거센 풍랑을 몰고온 밤바다, 혹은 거친 숨을 몰아쉬는 모래톱... 김영화의 그림을 한마디로 묘사하기는 쉽지 않다. 단순한 화면의 추상화라기엔 너무 생생한 감정까지 느껴지고 실감나는 구상화라고 하기엔 모호한 정경이다. 

마치 자연의 리듬을 활용한 무기교의 기교나 박석의 미학이 연상된다. 무거운 고요함이 감돌면서 청명하고 화려한 기운이 충만한 그림이다. 

아마도 우리 옛말 중에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표현을 빗대면 어떨까 싶다.

이 말은 김부식의 삼국사기 백제 본기와 조선경국전에 등장하는 고사성어이다. 

한자 그대로 백제와 조선의 미를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음"의 의미로 설명한 것이다. 

김영화 그림 역시 그 연장 선에서 바라보면 훨씬 편하게 와닿을 듯하다."

김영화 작가.
김영화 작가.
김영화 작가 초대전 _인터불고호텔 갤러리1.
김영화 작가 초대전 _인터불고호텔 갤러리1.
김영화 작가 초대전 _인터불고호텔 갤러리2.
김영화 작가 초대전 _인터불고호텔 갤러리2.

우리의 조선시대 도자기에는 분청사기중에 철사안료(鐵砂顔料)로 그림을 그리는 철화기법(鐵畫技法)이 있다. 이것처럼 자유 분방한 것도 없다. 김영화의 먹으로 그린 까만 폭풍의 바다는 거센 바람의 풍랑을 예고나 하는 듯 붓의 자유분방한 손작업의 결과이다. 조선의 도공들은 철이 부식한 산화철을 곱게 갈아서 까맣거나 짙은 갈색의 철화분청의 세계를 창조해냈다.  조선 도공들은 분청사기 태토 위에 백화장토를 입힌 후에 철화그림을 그렸다면, 김영화는 명멸하는 우리의 삶의 내면에 들끓는 붉은 심장의 환부를 드러내는 뜨거운 적청흑의 기운을 내 놓는다. 그의 그림에서 드러나는 적, 청, 흑은 한국인의 색상이다.

태극의 적청색은 우주의 근본인 태극이 음을 상징하는 푸른 색과 양을 상징하는 붉은 색이다. 이 두가지 색은 우주 만물이 창조되며, ☰건(乾)-하늘 , ☷곤(坤)-땅, ☲이(離)-해, ☵감(坎)-달이라 일컫는 흑은 대지의 조화로운 삶을 관장한다. 김영화의 먹그림은  우주의 음양을 구분하는 행동적 운동성의 퍼포먼스 그림이다.

김영화 작가 초대전 _인터불고호텔 갤러리3.
김영화 작가 초대전 _인터불고호텔 갤러리3.
김영화 작가 초대전 _인터불고호텔 갤러리4.
김영화 작가 초대전 _인터불고호텔 갤러리4.
김영화 작가.
김영화 작가.

김홍도는 김영화의 먼 조상이라 언급된다. 직계로는 부산 무형문화재 13호 사기장 도봉 김윤태 도예가가 부친이다. 고유한 전통적 미감을 제대로 구현하고자 긴 세월을 천착해온 부친의 정신과 소명의식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명상적 마음으로 추상풍경을 그리는 김영화 작가는 움직이는 삼라만상을 일필휘지로 일갈한다. 김영화 작가가 쓰는 적청흑외에 황색은 중앙정토를 관장하는 오방색중 하나이다. 그림의 여백의 미를 재치로 받는다면 그것은 백색일 것이며, 적청황흑백이 김영화 그림의 기본적인 우주의 운행질서이다. 

꿈틀거리는 생명의 바다를 그리는 김영화의 미학은 행동적 미학의 퍼포먼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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