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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탄핵", "사퇴", "주민소환"…분통 끝에 지켜낸 아이들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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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본회의 7시간여 후 개회…네 차례 연기에 항의·탄식도청 앞에선 사퇴 촉구 집회…방청객들 간식 나눠 먹으며 버텨어린이집 예산 27억 원 복원에 “감사합니다”…집단행동 일단락도의회 떠나 “결국 변한 건 없는 거 아니야?”…내년 예산 우려
12일 경기도청 2번 게이트 앞에서 민주당 권리당원이라고 밝힌 시민들이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12일 경기도청 2번 게이트 앞에서 민주당 권리당원이라고 밝힌 시민들이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김기수 기자

“이럴 거면 탄핵시켜! 1년 후부터 가능하대요. 지금부터 준비하면 돼요”

12일 오전 10시 55분께 경기도의회 3층 로비. 본회의가 오후 4시로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방청을 기다리던 도민들 사이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예약을 받아 놓고 임의로 연기해 버리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애들한테 주는 걸 가지고 이렇게 괴롭혀도 되는 거야.”

12일 경기도의회 3층 로비에서 도민들이 제39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방청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12일 경기도의회 3층 로비에서 도민들이 제39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방청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전시언 기자

어린이집 관련 예산 문제를 지켜보기 위해 도의회를 찾은 도내 어린이집 관계자들과 도민들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본회의가 열리기만을 기다렸지만 갑작스러운 연기 소식에 불만이 쏟아졌다. 일부는 추 지사의 사퇴를 요구했고, 주민소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께만 해도 예산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취재기자들이 하나둘 본회의장 방청석으로 들어갔고, 오전 10시 50분께에는 방청을 신청한 도민들이 몰려들면서 3층 로비가 붐볐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불과 5분 뒤였다. 방청석에 카메라 받침대까지 설치했던 기자들이 다시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오전 11시 예정됐던 본회의가 오후 4시로 미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12일 경기도청 2번 게이트 앞에서 민주당 권리당원이라고 밝힌 시민들이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전을 벌이고 있다.
12일 경기도청 2번 게이트 앞에서 민주당 권리당원이라고 밝힌 시민들이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전을 벌이고 있다. /김기수 기자

정오가 되자 이번에는 경기도청 2번 게이트 앞에서 북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추 지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 준비가 시작된 것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도청과 도의회로 돌아오는 사람들을 향해 “추미애 사퇴하라”는 구호가 이어졌다. 길목을 지나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을 향해서도 “제대로 일하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집회에서는 입장문 발표와 구호전이 이어졌다. 자신들을 민주당 권리당원이라고 밝힌 참석자들도 추 지사의 자진 사퇴와 민주당의 비상징계, 추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2일 경기도청 2번 게이트 앞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들 사이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기도의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12일 경기도청 2번 게이트 앞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들 사이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기도의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기수 기자

오전 도의회 로비에서 일부 방청객이 꺼냈던 '주민소환'이 정오를 지나 도청 앞 집회에서도 등장한 것이다.

도청 앞에서 사퇴 촉구 구호가 이어지는 동안 도의회에서는 본회의를 기다리는 도민들의 발길이 계속됐다.

오후 3시 30분께 도의회 3층 로비는 오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한 차례 회의가 연기됐음에도 도민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다시 모였다.

12일 경기도의회 3층 로비에서 도민들이 제39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방청석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12일 경기도의회 3층 로비에서 도민들이 제39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방청석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오후 3시 50분께 본회의장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강원미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장은 요구사항이 전부 반영되지 않을 경우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불과 5분 뒤인 오후 3시 55분. 본회의가 다시 오후 5시로 미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5시? 진짜 독오르게 하네.”

오전부터 기다렸던 방청객들 사이에서 또다시 항의가 터져 나왔다.

12일 경기도의회 3층 로비에서 도민들이 제39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연기되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2일 경기도의회 3층 로비에서 도민들이 제39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연기되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오후 4시 40분께 본회의가 오후 6시로 다시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휴, 이럴 거면 하질 말지. 왜 계속 미루는데”

방청객들은 오전 11시로 알고 예약하고 시간에 맞춰 찾아왔지만 회의는 오후 4시에서 5시로, 다시 6시로 거듭 미뤄졌다.

로비가 붐비자 의회사무처는 도민들의 방청석 입장을 허용했다.

도민들이 기다리는 동안 도의회에서는 추가경정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었다.

1-경기도는 양당이 합의한 429억 원 추경안 즉각 수용하라
12일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양당이 합의한 429억 원 추경안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제공

오후 4시 57분께 국민의힘은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가 협의한 429억 원 규모의 민생예산 복원안이 아닌 200억 원대 조정안이 새롭게 제시됐다며 반발했다.

방성환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429억 원은 무분별한 선심성 예산이 아닌 보육, 복지, 민생 현장의 타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배수진”이라며 원안 수용을 촉구했다. 집행부와 의회 사이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오후 5시 15분께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시간 본회의를 기다리고 있던 방청객들을 찾았다.

방청객들 사이에서는 “너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국힘 의원들은 방청객들에게 “죄송합니다”며 고개를 숙였다.

오후 5시 48분께. 본회의가 오후 7시로 다시 미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 또? 진짜로? 아, 진짜 미치겠다.” 

“그냥 가라는 거네. 이건 안 하겠다는 거잖아.”

방청객들 사이에서 또다시 항의와 탄식이 쏟아졌다. 오전 11시 예정됐던 본회의가 오후 4시, 5시, 6시에 이어 7시까지 네 차례나 연기된 것이다.

이번에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하…마감 어떻게 하라는 거야, 진짜.” 

“밥 먹고 와야 하나?”

오전부터 본회의 결과를 취재하기 위해 대기하던 기자들 역시 거듭되는 일정 변경에 발이 묶였다. 기사 마감 시간은 다가오는데 정작 회의가 언제 시작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후 5시 50분께. 오전부터 이어진 기다림에 지친 방청객들은 캔디와 초콜릿을 나눠 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있었다.

오후 6시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시작했고, 본회의장에는 도 집행부 간부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오후 6시 10분께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이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방청객들 사이에서는 “목례라도 하고 눈을 마주쳐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오전부터 기다린 도민들이 의장에게 직접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오후 6시 15분께부터 도의원들이 속속 본회의장에 들어왔다. 오후 6시 16분께 민주당 의원들이 입장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구호전을 벌였다. “추미애 지사는 민생예산 복구 수용하라!”

오후 6시 19분께 국민의힘 의원들도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1분 뒤에는 안민석 경기도교육감도 입장했다.

12일 경기도의회가 제394회 경기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임시회를 열고 있다. /경기도
12일 경기도의회가 제394회 경기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임시회를 열고 있다. /경기도 /경기도 제공

오후 6시 22분 개회식이 시작됐고, 오후 6시 25분에야 본회의가 열렸다.

오전 11시 예정됐던 회의가 7시간 25분 늦게 시작된 것이다.

오후 6시 31분 2026년도 제2회 경기도 추가경정예산안이 상정됐다. 이어 오후 6시 37분께 어린이집 관련 예산 27억 원이 증액 편성됐다는 보고가 나왔다.

야간연장 어린이집 운영 지원 5억 원, 어린이집 교직원 처우개선 지원 10억 원, 어린이집 운영 지원 6억 원, 영아 보육·교육과정 프로그램 지원 3억 원, 0~2세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 3억 원 등이었다. 오전부터 방청객들이 기다려 온 바로 그 예산이었다.

오후 6시 39분께 방성환 국민의힘 대표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에 나섰다. 방 대표의원은 민생예산 복원 규모가 429억 원에서 217억 원으로 줄어든 경위를 밝혀달라고 요구하며 예산안 처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오후 6시 43분께 방 대표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방청석에서는 박수와 응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어 오후 6시 44분께 추 지사가 추경안 수정안에 동의하자 국민의힘 측에서 항의했다.

“어떤 기준으로 동의했는지 밝혀주십시오. 오늘 받은 자료를 검토할 시간이 없었을 텐데 어떻게 동의한다는 건가요?”

12일 경기도의회가 2026년도 제2회 경기도 추가경정예산안을 표결하고 있다.  추경안은 재석 의원 135명 중 찬성 108명, 반대 20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됐다.
12일 경기도의회가 2026년도 제2회 경기도 추가경정예산안을 표결하고 있다. 추경안은 재석 의원 135명 중 찬성 108명, 반대 20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됐다.

오후 6시 45분께 추경안은 재석 의원 135명 중 찬성 108명, 반대 20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됐다. 217억 원 규모의 민생예산 복원안에 어린이집 관련 예산 27억 원이 모두 포함됐다.

예산안이 통과됐지만 국민의힘 측의 항의는 계속됐다.

오후 6시 47분께 추 지사가 예산안 의결에 따른 인사말을 시작하자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

“이게 의회예요?”라며 따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퇴장했고, 오후 6시 49분께에는 본회의장 밖에서 다시 구호전을 시작했다.

본회의장 안에서는 추경안이 처리됐지만, 문밖에서는 예산안 처리 절차를 둘러싼 반발이 계속된 것이다.

오후 6시 55분께 본회의 산회가 선포됐다.

“감사합니다.”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전부터 어린이집 예산 복원을 기다리던 도민들이었다. 거듭된 회의 연기에 항의와 탄식을 쏟아냈던 이들이 이번에는 박수와 함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는 추가 집단행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

본회의 산회 후 강원미 연합회장은 “오늘 예산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오는 20일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었다”며 “27억 원이 모두 반영된 만큼 추가 집단행동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내년도 예산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강 회장은 “내년 예산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도 집행부와 도의회 관련 상임위원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내년도 본예산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지켜본 뒤 향후 계획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사흘간 이어진 집단행동은 어린이집 예산 27억 원 복원으로 일단 마무리됐다.

오전부터 도의회를 지켰던 방청객들도 하나둘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출입증을 반납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안도와 우려가 뒤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이제 이런 거 진짜 그만하고 싶어”

“결국 변한 건 없는 거 아니야?”

“내년 예산, 증액은 안 된다는데…”

지난 9월까지 별문제 없던 예산을 지키기 위해 아침부터 도의회를 찾았던 이들이었다. 저녁이 돼서야 예산 복원 소식을 안고 돌아갔지만, 이들의 대화는 어느새 내년도 예산과 어린이집 운영의 어려움으로 옮겨가 있었다.

8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올해 예산은 지켜냈지만, 어린이집 운영을 둘러싼 불안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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