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이혼을 방지하기 위한 '이혼 숙려(熟慮)기간제'가 명절 스트레스로 인한 부부의 이혼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수원지방법원에 따르면 군포시에 사는 평범한 중년 부부인 A(46)씨와 B(44ㆍ여)씨는 이번 추석 명절 때 지방에 있는 시댁에 갔다오면서 심하게 부부싸움을 한 끝에 9일 오전 법원에 찾아와 이혼신청을 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집에서 쉬고 싶어 했던 B씨는 남편의 강요로 지난 5일 시댁에 내려가자마자 차례 음식 준비를 하느라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일하는 등 이틀이 넘게 계속 집안일을 해야 했다.

B씨는 7일 오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 A씨에게 "몸이 좋지 않아 안 가겠다고 했는데 억지로 데려가 고생만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이에 A씨가 위로의 말 대신 "왜 명절 때만 되면 타박하느냐"고 핀잔을 준 것이 싸움의 발단이 됐다.

결국 이들 부부는 일요일까지도 내내 싸움을 하다 이혼신청서를 내면 당장 이혼할 수 있는 줄 알고 9일 법원을 찾았으나 2주간의 숙려기간이 지난 뒤 이혼확인을 받도록 한 숙려기간제 때문에 신청서만 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들을 상담한 이혼상담위원은 "아내의 명절 스트레스를 남편이 이해하거나 위로하지 못한 것이 싸움의 발단이 되어 이혼신청까지 했지만 2주 동안 화난 마음을 추슬러 대화를 하다 보면 이혼을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부처럼 9일 하루 동안 수원지법에 협의이혼을 신청한 부부는 35쌍이며 협의이혼이 확정된 부부(전월 신청 부부 포함)는 총 40쌍이다.

이는 수원지법 하루 평균 이혼부부인 40쌍과 같은 수치이지만 설 연휴 다음날인 지난 1월 31일 50쌍이 이혼하는 등 명절 이후 이혼이 급증한 과거의 사례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든 기록이다.

법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이혼합의서를 작성해 판사에게 제출하면 당일 또는 다음날 이혼확정을 받을 수 있어 명절 이후 홧김에 이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혼 숙려기간제가 도입되면서 마음먹은 대로 바로 이혼할 수 없게 되자 이혼신청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원지법은 지난 5월부터 협의이혼 신청시 2주일(이혼상담신청시)의 숙려기간을 거친 뒤 이혼확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혼 숙려제'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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