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소방의 날’을 맞아, 22년 동안 소방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수원남부소방서 방호예방과의 배명호(47) 계장을 찾았다. ‘소방의 날’ 행사로 바쁜 일정 가운데 사무실서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10년 동안 화재 진압 현장에 나가다가 현재는 방호예방과에서 건축물 관리 및 안전훈련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배 계장은 “일이 고되고 힘들긴 하지만 매우 보람 있어 아직 이 일을 하는 것 같다”며 담담히 일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 소방공무원 근무 22년째인 수원남부소방서 방호예방과 배명호 계장은 “사소한 관심만으로도 충분히 큰 화재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기수 기자 kks@suwonilbo.kr
지금까지 일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때를 묻자, “1996년 추운 겨울 용인의 한 플라스틱 공장에서 불이 났었다. 공장 인근에 폐품 줍는 늙은 부부가 오두막에서 살고 있었는데 공장의 화재 복사열 때문에 불이 오두막으로 옮겨 붙었다”고 답하며 배 계장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때 생각을 하면 아직도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는 배 계장은 “오두막을 태우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지만 도리가 없었다. 불에 다 타버린 오두막을 보며 하염없이 우는 할머니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한다.

22년 동안 그 힘들다는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일에 대한 회의가 왜 없었을까마는 이 일을 선택하고 후회한 적이 없느냐는 물음에 배 계장은 짧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1996년 3월 신갈의 한 아파트에서 LPG연료를 도시가스로 바꾸기 위해 LPG연료 저장탱크 철수작업을 하던 중 한 근로자 한 명이 탱크 안으로 들어갔다가 의식을 잃었다”며 말문을 연 배 계장은 “그 당시 함께 투입됐던 동료 중 한 명이 그 근로자를 구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순직했다”며 그때 소방공무원에 대한 강한 회의감에 한동안 마음잡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놓는다.

배 계장은 “그나마 요즘은 소방공무원에 대한 처우가 좋아져 다행”이란다. 소방공무원에 대한 인식도 좋아졌고 직업이 안정적이다보니 소방공무원에 관심을 두는 청소년을 볼 때 배 계장은 더없이 흐뭇하단다.

예전에는 하루에 보통 10번이 넘게 출동을 하는데 그중 실제 화재건수는 2~3건에 불과했고 장난전화도 무려 500~600통이 넘게 왔었다. 다행히 3년전부터 발신자위치표시가 활용되면서 상황이 좀 나아졌다. 장난전화의 건수가 100건 미만으로 줄어들었고 출동을 해서 허탕을 치는 경우도 드물어졌다.

“노래방에 노래를 부르러 가서도 소화기가 어디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업주에게 소화기 놓을 장소까지 다시 지정해 준다”고 말하는 배 계장.

“사소한 관심만으로도 충분히 큰 화재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며 모든 일에 있어서 소방안전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소방공무원에게는 큰 격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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