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여객 여성기사 박 미씨는 남편과 함께 버스를 운전한다. 쉬는 날에는 남편을 따라 교통봉사대에서 ‘어린이 안전교육’ 등의 봉사활동을 한다. ⓒ김기수 기자 kks@suwonilbo.kr
“무슨 일 하세요”라는 물음을 들을 때마다 “버스운전 합니다”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여성이 있다.

바로 수원여객의 버스 기사 박 미(46)씨다. 운전이 좋아 이 일을 시작했다는 박씨는 수원여객에서 유일한 사내 부부 운전사다.

박씨는 “원래 수원여객에서 버스 운전을 하는 남편을 따라 2002년부터 버스운전을 시작했다”며 “버스 운전은 격일로 일을 하다 보니 쉬는 날 남편이 무척 지루해해서 차라리 함께 일하고 함께 쉬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고 말한다.

‘바늘 가는데 실 간다’고 했던가. 박씨는 쉬는 날이면 남편을 따라 교통봉사대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주로 행정업무를 맡으면서 ‘어린이 안전교육’ 등과 같은 교통안전 프로그램을 계획한다. 운전을 너무 좋아해 버스 운전을 하기 전에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기도 했다.

수원여객에서 ‘24번’ 버스를 운행하는 박씨는 첫차가 새벽 5시께에 경기대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야 한다. 하루 평균 6바퀴 정도를 돌고 버스에서 내리는 시간은 밤 11시30분이다.

보통 경기대를 시작으로 역전, 화성 용주사, 오목천동을 지나 다시 경기대로 들어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30분가량. 그 사이 30분간 휴식을 취하지만 차가 막히는 출퇴근 시간에는 쉬는 시간 없이 바로 다시 차를 몰고 나가야 한다.

체력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바로 취객들을 상대할 때다.

한번은 술에 취한 남자승객이 “오죽했으면 여자가 버스운전을 해”라고 말했을 때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지만 무척 속상했단다.

그래도 버스 운전하는 일이 보람이라고 말하는 박씨는 “일이 고되고 힘들지만 24번 노선이 주로 수원 외곽 지역을 돌기 때문에 연세 높은 노인분들이 주로 타신다” 며 매번 다른 사람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세상 사는 맛이 난단다.

박씨는 아이들도 다 커서 집에 있어봐야 무료할 뿐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운전대를 잡고 시원스레 도로를 달리며 많은 사람의 발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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