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오래됐지만, '삼식이'라는 유행어가 5060 은퇴남들을 슬프게 한 적이 있다. 이후 이들을 더 폄하하는 유머가 나와 주부들의 입담거리가 됐다.

'젖은 낙엽'이니 심지어 '반려견보다 못한' 이라는 우스갯소리 등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아내에게 가장 사랑받는 남편은 집에 없는 '은퇴남'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지금은 '빈정'과 '소외' '자격지심'까지 섞인 더 많은 유머가 나와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아내와 자식 가정을 위해 평생 일을 한 은퇴남으로선 배신감마저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현실이 그러니 속이 타고 뒤집어지지만 혼자 삭이기 일쑤다.

어깨에 붙여진 '무능'과 '쓸모 없음'이라는 자의반 타의반 계급장을 단채 일상을 이어갈 수 밖에.

물론 은퇴 후 더 사랑받는 5060들도 많다. 풍족한 노후준비 덕분이다. 하지만 이런 은퇴남들이 어디 그리 많은가. 

사랑받는 '이쁜 짓'과 나를 위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 해도 물질과 여건의 부족이라는 현실 속에서 헤메는 은퇴남들이 부지기수니 말이다.

계획이 생각속에 머물러 있으면서 은퇴 증후군에 시달리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최근 통계를 보아도 그렇다.

식욕 부진, 불면증, 대인기피, 분노조절장애 일종이라는 버럭증까지 생기면서 만사가 귀찮아진다는 것이 은퇴증후군이다.

십중팔구 우울증으로 이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우울증 치료를 받는 5060 은퇴남이 19만명에 이른다는 보도다.

거기에 이혼·사별 등으로 혼자 사는 115만명의 5060들 중 상당수도 유사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나이별 호칭을 따로 정해 불렀다. 50은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다. 타고난 운명을 아는 나이라는 의미다.

60은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되는 나이라는 의미로 이순(耳順)이라 했다. 인생의 황금기로 맛과 멋을 아는 연령대인 셈이다. 

그 시기에 은퇴라는 복병을 만나 우울증을 치료 받는 신세로 전락한 5060 은퇴남과 혼남들의 처지가 안타깝다.

그래서 그런가. 일에 대한 욕망이 무엇보다 강한 것도 은퇴남들이다. 60세가 우리나라 법정 정년지만 이런저런 여건상 실제 퇴직 연령은 49세여서 더욱 그렇다. 100세 시대 '한창 일할 나이'라는 열정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 외형적인 이유고 속내를 들여다보면  생계와 무관치 않다. 대다수 5060들이  당장은 물론이고 노후 자금이 부족해 어떤 형태로든 돈벌이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5060 세대가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항상 ‘돈’을 1순위로 꼽는 이유를 알 것같다.

다행인 것은 전국 곳곳의 지자체가 은퇴남을 포함한 5060들을 응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한 여가 생활 지원이 아니라 생활에 실질 보탬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찾는 5060들도 많다.

신중년 이모작을 돕기위한 일종의 사회공동체 구성 프로젝트가 정착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5060 은퇴남과 혼남들의 마음을 보듬기에는 역부족이다. 좀더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짜야 한다. 급변하는 사회속에서 설땅을 잃고 있는 5060의 현실에 비추어 더욱 그렇다.

새삼, "노력 없이도 세월이 가면  얻어지는 유일한 것이 나이다. 그러나 거기에 걸맞는 행복은 노력 없인 얻을 수 없다"고 한 말이 생각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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