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찾아뵙고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려 하였는데 차일피일하다 늦어졌습니다. 지난번 교인 한 가정을 보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렇게 인사드렸더니 무당의 말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별 말씀을요. 같은 업자끼리 서로 협력을 하여야지요. 마음 쓰지 마셔요."

무당이 나와 자기가 같은 업자(業者)라 하여 웃음이 나왔습니다. 자기는 사명대사 신 섬기고 나는 예수 신 섬기는 처지니 같은 업자라는 뜻인 것 같았습니다. 

같은 업자이니 나는 굿판에서 비켜 주고 자기는 단골 고객 교회로 보내 주고 서로 협조하고 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말에 나는 은혜 받았습니다.

무슨 말을 할듯할듯하기에 귀를 기울였더니 하는 말이 내 마음을 감동케 하였습니다.

"저도 지금은 이러고 있습니다만 언젠가는 예수 신 앞으로 나가야지요. 저도 예수 신이 참 신인 줄 알고는 있습니다"

나는 그 말에 감동 받아 업어 주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청계천 빈민촌에 교회를 세우게 될 때에 약간의 예산을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이 정도 금액이면 1, 2년은 버티겠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정 가정 방문하며 만나게 된 환자들을 병원으로 모시고 가 치료 받게 하고 약 사다 드리고 굶는 집에는 22kg짜리 밀가루 한 포를 사다 드려 굶주림을 면하게 해 드렸습니다.

그러기를 몇 달간 계속하고 나니 7, 8개월이 지나니 예산이 동이 나게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굶게 되었습니다. 

3일을 물만 마시며 굶은 후에 주일이 와서 예배드린다고 강대상 앞에 섰으니 교인들의 얼굴이 밥그릇처럼 보이고 아이들의 얼굴은 반찬 그릇처럼 보이는 정도였습니다. 

예배 인도를 마칠 즈음에는 기운이 진하여 그 자리에 주저앉고픈 마음뿐이었습니다.이에 생각하기를 설교도, 주민 봉사도 굶고는 못하겠구나, 내가 주민 살리겠다고 빈민촌으로 들어와서 나 자신이 굶게 되었으니 이 위기를 어떻게 이겨 나가야 할까를 곰곰이 생각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넝마주이입니다. 마침 교인 청년들 중에 넝마주이로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이 있어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어이 젊은이들, 나도 자네들과 같이 넝마주이로 나서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쓰겠나. 자네들이 나를 좀 도와주면 좋겠는데."

하고 어렵사리 입을 떼었더니 그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습니다.

"아니 전도사님, 넝마주이를 아무나 한답니까. 우리 같은 무지랭이들이나 하는 것이지 전도사(傳道師)님 같은 먹물(지식인?)이 하는 일은 아니구먼요."

이렇게 완강히 나오기에 나는 내가 넝마주이를 하고자 하는 이유를 차근차근 일러 주었습니다. 내 말에 수긍을 하게 되자 넝마주이가 되는데 필요한 사항들을 일러 주었습니다.

첫째는 망태 하나부터 사야 합니다. 값이 900원입니다.

둘째, 집게가 필요합니다. 값이 40원입니다.

셋째, 중고품 니야까(손수레)가 있어야 합니다. 3만 원 정도면 중고품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쓰레기 더미에서 신고 일할 수 있는 군화 같은 신발이 필요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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