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갤러리아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수채화 교실 강의를 맡고 있는 이오연(45) 작가가 수강생의 그림을 지도해 주고 있다. ⓒ추상철 기자 gag1112@suwonilbo.kr

2008년 리얼리즘 미학을 토대로 한 민족·민중미술은 여전히 예술로서 유효할까? 답은 ‘예스’.

“이것은 이 땅에 발 딛고 서 있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자 현실에 대한 성찰입니다.”

지난 9일 갤러리아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만난 이오연(45) 작가는 ‘왜 아직도 민족미술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했다.

“민족미술을 좌파이념의 예술로만 규정하는 건 선입견이에요. 리얼리즘 미학은 구시대적 유물도 아니고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향한 외침입니다.”

경기대학교 회화과와 조형대학원을 졸업한 이 작가는 1996년 서울 이십일세기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촉발된 지역문예운동의 일환이었던 미술전문 동인 ‘새벽’의 결성에 동참했고, 1991년 수원미술인협의회(수미협) 창립멤버로 활동했다.

1997~ 1998년에는 수미협 대표를 역임했다. 수미협은 2000년 수원민족미술협회(민미협)로 개칭됐다. 이후 그는 2001년부터 ‘수원인권예술전’을 기획하면서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성적소수자, 외국인노동자 등 사회적 소외계층이 처한 현실로 시선을 확대했다.

“민족미술은 환경문제와 밀접할 수밖에 없어요. 이념논쟁을 떠나 자본의 논리로 무장한 지배층은 개발의 잣대를 들이대며 환경파괴는 물론 노동자, 서민들의 고충을 외면하죠. 예술이 할 수 있는 건 이 같은 현실 속에 참여함으로써 변화를 바라는 목소리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겁니다. 결국, 개인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이를 정치적 색채로 매도해선 안 돼요.”

그는 화성행궁에서 남문 사이에 있는 ‘한데우물창작촌’ 촌장이기도 하다. 한데우물창작촌은 21세기수원만들기협의회와 수원KYC, 수원민예총 등으로 구성된 행궁길발전위원회가 지난 8월 조성한 일종의 전시공간이다. 지자체 도움 없이 순수 민간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이렇다 보니 지자체의 문화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 작가는 “경기도나 수원시의 문화정책은 일종의 개발 범주에 속한다. 도시개발이 먼저이고 문화예술 공간 창출은 뒷전”이라며 “도시계획자나 정책입안자들의 문화적 마인드가 제로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수원시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만 문화에 접근하고 있어요. 화성성곽을 필두로 나혜석거리, 문화의거리 등이 지정돼있지만 정작 문화예술인에 대한 관심은 찾아보기 힘들죠. 화성성곽만 하더라도 저에게는 문화재라기보단 마치 거대한 교회건물처럼 보여요. 사람들로부터 경탄의 대상이 되기 위해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으로 비치죠. 그 안에 과연 소소한 문화인을 위한 자리가 존재할까요?”

아쉽게도 현재 민족미술계는 정체기에 빠졌다. 민미협 회원 24명 중 20대는 찾아볼 수 없다. 초창기부터 활약했던 30, 40대 작가들이 주를 이룬다.

이 작가는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다. 그러나 어차피 예술가의 관점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민족미술은 끝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까지 이들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오는 30일부터 10월 6일까지 수원미술관 전관에서 개최된다. ‘수원민미협 20주년 기념 아카이브전’이 그것이다.

이 작가는 “이번 20주년 전시회는 회원들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민미협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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