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묵은 서적을 뒤적이다 읽은 글이 현재의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완곡한 표현으로 빗대고 있는 것 같다. ‘물을 마시고 나의 갈증만 해결할 것인가, 공생을 위해 욕구를 자제할 것인가.’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던 사람이 목이 말라 고통스러워하다 펌프 하나를 발견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펌프 속에는 물이 한 방울도 없다. 실망하면서 돌아서려다 펌프에 적혀 있는 글을 읽게 된다.
‘펌프에서 동쪽으로 2m쯤 되는 곳의 모래를 파헤치면 큰 돌이 나올 것이다. 그 돌을 들면 플라스틱 통이 있다. 통 안에는 물이 가득 있으나 절대로 마셔서는 안 된다. 먼저 물을 4분의 1쯤 펌프에 부어 메마른 가죽을 축이라. 15분 정도 지나면 가죽이 다 불어나게 되는데, 이때 통의 물을 서서히 부으면서 계속 펌프질을 하라. 그러면 당신은 넘치는 물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 있던 물통에 물을 넣어 마개를 꼭 막은 다음 다시 제자리에 놓은 후 돌을 덮고 모래를 덮어 두라.’
누구든지 돌 밑에 있는 통의 물을 발견했을 때 유혹이 생길 것이다.
‘이 물을 조금 마시면 안 될까? 만일 펌프에 물을 다 부어도 샘물이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지만 통에 있는 물은 한없이 흘러가는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만일 그 물이 없으면 지하수도 펌프도 아무 소용이 없다. 다행히 그 펌프가 계속 사막을 지나는 사람들의 목을 시원하게 해 주는 생명수가 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많은 사람의 유익을 위해 자신의 욕구를 절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한 사람이라도 자기만을 위해 통 속에 있는 물을 마셔 버렸다면 뒷사람들은 모두 목이 말라 고통 속에서 사막을 건넜거나 죽고 말았을 것이다.
자, 물을 마실 것인가 부을 것인가. 자신만 살고자 물을 마셔버리고 마는 지금의 부동산시장이 떠오른다.
부동산시장, 특히 지방의 주택시장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른다’ ‘단품슬라이딩제도에 의해 분양가를 올릴 수 있다’고 외쳐대며 분양을 받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해도 이제 ‘분양률 0’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위축의 도가 심해지니 참으로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메말라 버린 주택시장에서 한 바가지의 물을 가지고 마실 것을 요구하는 거대자본의 손짓은 살아남기 위해 온갖 분양기법을 다 동원하고 있는 건설사·시행사의 입장에서는 자제하기 힘들 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의를 생각한다면, 또 전체 주택시장을 본다면 그 한 바가지의 물을 마시고 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건설사나 시행사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몰라도 나머지는 고사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 바가지의 물로 ‘땡처리’된 물량은 다시 전 부동산시장에 유입되고 이런 물량이 시장에서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한 신규 공급시장의 공급물량은 다시 미분양으로 쌓이게 되는 것이 부동산시장의 흐름으로 밝혀졌다.
필자는 이를 ‘빈곤의 악순환’이라고 표현하며 단절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
이제 얼어붙은 구매자의 심리를 녹여내며 눈높이를 낮추고 한발 다가가는 분양전략을 채택해야 할 때라고 본다. 혼자서 하기 어려우면 다 함께 모여 축제를 하면 어떨까. ‘내집마련 대축제’라는 이름으로.
부디 한 바가지의 물로 살지도 못하면서 혼자 마셔버리는 것보다 저변에 대기 수요자로 자리 잡고 있는 지하수(구매자)를 끌어올리기 위해 ‘필사즉생’의 심정으로 구매자에게 다가가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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