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순영 수원시의원
정신없이 보냈던 반년의 의정생활이 서서히 저물고 평가와 전망을 준비하며, 한시름 놓은 아줌마의 여유로움을 느끼기도 전에 난 송년회에 찾아다니기 바쁘다. 매일 수차례 이어지는 송년회의 고역은 역시 술이다.

술은 사람 관계의 속도를 한층 빠르게 해줘 정치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긴요한 수단이지만, 평생 자식 뒷바라지하며 평범하게 살아오는 주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물리적 조건이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취기를 느끼기 전에 사람의 향기가 더없이 좋아 늘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은 것 같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 했던가.

올해 가장 생각이 나는 것은 행정사무감사와 예산 편성이었다. 일년 중 가장 중요한 의정활동이기에 많은 부담을 느꼈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자 했다. 우선 초선의원들과 행감스터디를 제안했고 흔쾌히 받아들인 네분의 초선의원과 경험 많은 재선의원을 멘토(안내자) 삼아 매일 오후에 연구토론실에 모였다.

먼저 공무원이 제출한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계획한 대로 집행됐는지, 예산은 적절하게 쓰였는지, 목표와 결과가 상호 부합했는지를 살펴보고 지적사항을 정리했다. 인터넷신문 스크린을 통해 시정과 관련된 기사를 꼼꼼하게 스크랩하고 관련분야에 대한 공무원들의 해명자료를 받았다. 자료보다 중요한 것은 질의 요령이었다. 여기는 선배의원의 조언이 필요했다. 고압적인 자세와 일방적인 질의보다는 차분하면서도 논리적인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과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공무원과 시의원 불신의 벽을 깨고 서로의 신뢰를 기초로 합리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감에서 언론에 크게 뜨지는 못했지만 난 최선을 다했다. 실효성 없는 반장수당문제, 화성문화제, 경관육교 등 방만한 예산편성문제, 고질적인 악성채무에 대한 대책과 채납자 관리를 위한 방안을 촉구했다.

부족한 자료는 행감 이후에라도 제출을 요구하고 일년 내내 관심을 갖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행감의 중요한 의미는 지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는 예산수립에 반영해야 한다. 예산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균형 있게 배분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가치와 철학이 중요했다.

난 무엇보다도 어려운 서민경제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복지, 의료, 교육 쪽에 많은 예산이 수립되도록 노력 했다. 녹녹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몇몇 의원들과 공조해서 소기의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온 전시성 행사, 유명가수와 현란한 무대 조명으로 표현됐던 이벤트성 행사, 그리고 허리띠를 30% 졸라맨다는 심정으로 모든 분야의 예산을 절약해서 집행하도록 주문했다.

실천의 문제는 이제 2011년의 과제가 됐다. 올해를 밑거름 삼아 내년은 정말 후회 없이 의정활동을 하려고 한다. 의지대로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정만큼은 '수원 아줌마'의 본때를 보여주고 싶다.

최근 국회는 폭력난투극으로 절망의 정치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단체장과 의회다수당의 소모적인 줄다리기는 주민들을 짜증 나게 한다. 정치가 투쟁을 내재하고 있다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고, 상식이라는 주민정서에 부합돼야 한다.

정치를 전공하지 않은 아줌마지만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도는 안다. 희망의 정치 그게 그렇게 어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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