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A고교 김모 교사(32)는 지난해 3월 해은양(가명·17·당시 1학년)의 집을 방문했다.

개학후 이틀 학교를 나오던 해은이가 일주일째 무단결석을 했기 때문이다. 연락이 안돼 학생기록부에 적힌 주소지를 보고 찾아간 해은이집은 지하 단칸셋방이었다.

오후 3시쯤이었지만 막노동으로 허리를 다친 해은이의 아버지는 안방에서 술을 마시며 소리를 질러댔고, 엄마는 식당 보조일을 하러 나가고 없었다. 해은이는 밤이 늦도록 들어오지 않았다. 집을 나간지 오래됐다고 했다.

아버지는 "(해은이와) 같이 다니는 남자친구를 때려 합의금을 물게 생겼다"고 넋두리했다. 해은이는 그해 4월, 부모 동의하에 학교를 그만뒀다.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 상당수는 가정불화와 경제적 궁핍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으며 결국 배우기를 포기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를 떠나기로 마음먹기까지 빈곤과 가정폭력, 소외 등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문제점을 고스란히 감당했다.

경기도의 2010년 학생이동서류를 확인해 본 결과, 담임의견서엔 학업중단 학생이 평소 가난과 부모의 불화로 스트레스를 받아왔으며, 가정의 무관심으로 이성친구를 사귀어 탈선하거나 비행청소년과 어울리던 중 결석일수가 늘어 자퇴를 결정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들의 학업중단은 어릴 때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학업중단자들 상당수는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도 부적응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B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는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어서 자퇴 자체가 없다. 따라서 중학교 과정에서 '유예'된 문제학생이 고스란히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이들이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허다하다"면서 "가정과 학교, 친구와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이들은 고교에서 자퇴를 쉽게 결정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 부적응이 누적된 만큼 순간적인 어려움을 피하고 싶어한다.

지난해 6월 공업계 고교를 자퇴했다는 전모군(19)은 "일정한 시간에 학교가고 수업듣고 하는 걸 도저히 못하겠다. 엄마는 만날 술에 취해 횡설수설 시비를 거는데 한번은 '그럴거면 학교 다니지마라'고 해 그만뒀다"면서 "나같은친구가 여럿 있어 (학교 그만둔 것을) 후회는 안한다. 한 1년 동안 실컷 놀고 싶다"고 했다.

경기도 청소년종합지원센터의 지역 학교 밖 청소년 261명에 대한 욕구조사(2010년 11월, 다중응답방식)에 따르면, 학교중단결정의 신중정도에서 108명(45.2%)이 '신중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또 학업중단을 결심한 시점부터 중단하기까지 기간이 '1개월 내'라고 답한 청소년이 무려 144명(61.5%)이나 됐다.

어려운 가정형편도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A고등학교에 따르면, 학업중단 학생의 70~80%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이며, 방과후 용돈벌이를 위해 '알바'를 하는 학생도 적지않다. 학업중단 위기에 처한 학생들의 학습을 지도하는 경기도의 한 대안학교는 학생 30명 중 20명이 이혼가정 자녀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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