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李 "쿠데타 막으려 사관학교 통합" … 새로운 '3군 통합 군맥’ 견제장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과거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의 군사 행동과 군 수뇌부 독점 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사관학교 통합 논의가 군 권력구조 문제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육군사관학교가 과거 반복된 군사행동의 중심에 있었음에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구조적으로 절대로 못 하게 해야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고위 장성으로 올라갈수록 육사 출신의 비중이 높아지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통합하면 이런 가능성이 좀 줄어들지 않겠나”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관학교 통합이 기존 육사 중심 군맥을 약화하는 것과는 별개로 새로운 형태의 군맥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통합사관학교에서 함께 교육받은 같은 기수의 장교들이 임관 후 육·해·공군으로 나뉘어 진출할 경우 기존의 군종별 군맥보다 더 큰 권한을 가진 3군 통합 군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군맥은 출신학교와 임관 경로, 기수 등을 매개로 군 내부에서 형성되는 비공식적 인적 네트워크를 말한다. 특정 출신집단이 주요 지휘·인사 보직을 장기간 차지할 경우 공식적인 지휘체계와 별개로 조직 내 영향력을 갖는 관계망으로 작동할 수 있다.
수원일보가 사관학교 통합에 찬성하는 부승찬 국회의원(공군사관학교 43기, 더민주, 경기 용인병)과 반대하는 임종득 국회의원(육군사관학교 42기, 국민의힘, 경북 영주·영양·봉화)에게 통합 이후 군맥 형성 가능성을 각각 물은 결과, 두 의원 모두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인정했지만 그 위험성과 해법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판단을 내놨다.
두 의원 모두 사관학교를 통합한다고 군맥 형성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다만 새롭게 형성될 수 있는 군맥을 어떻게 바라보고 견제할 것인지에서는 시각이 갈렸다.
부 의원은 “사관학교를 통합한다고 해서 군맥 형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보는 건 논리적 근거가 상당히 약한 것”이라며 “군뿐만 아니라 어느 곳이든 인맥이 형성되는 것은 당연하다. 통합사관학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만 부 의원은 군맥의 존재 자체보다 특정 출신집단이 군 수뇌부를 독점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봤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통합사관학교와 함께 ROTC, 육군3사관학교 등 다양한 임관경로를 활성화해 출신 집단 간 경쟁구조 활성화를 내놨다.
부 의원은 “통합사관학교를 유지하고 의무복무기간을 5년으로 줄이고, 3사관학교라든지 ROTC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러운 경쟁이 이루어진다”며 “경쟁이 활발해지면 자연히 감시와 견제가 가능하고 지금까지 이어졌던 카르텔 형성, 밀실 계엄 등 군맥에 의한 부작용들이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임 의원은 “사관학교 동기가 되면 그 자체로 인맥이 형성되는 것”이라며 “통합사관학교에서 같은 기수로 생활한 장교들이 졸업 후 육·해·공군으로 흩어질 경우 기존의 군종별 군맥과 달리 3군을 동시에 연결하는 인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임 의원은 현재 육·해·공군이 서로 다른 정체성과 전통, 이해관계를 가진 독립된 조직으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군 내부의 견제장치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임 의원은 “사관학교가 통합됐을 때 군종별 견제 기능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군 간에는 군종 간의 견제와 협력들이 있어 문민통제와는 별개로 육·해·공군의 독립성이 군 내부의 상호견제 기능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부 의원이 임관경로 간 경쟁을 군 권력 독점의 견제수단으로 본다면 임 의원은 군종 간 독립성과 상호견제를 중시하는 셈이다. 통합 이후 만들어질 수 있는 군맥에 대해 부 의원은 다른 출신집단과의 경쟁을 통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임 의원은 3군을 연결하는 학연·기수의 군맥이 기존 군종 간 견제구조까지 약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사관학교 통합과 함께 새로운 군맥이 폐쇄적인 권력집단으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별도의 구조적 감시·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통합사관학교 출신들이 향후 육·해·공군 지휘부에 동시에 진출하면 3군을 관통하는 새로운 군맥이 형성될 수 있다”며 “대통령이 쿠데타 방지를 통합의 근거로 제시한 만큼 기존 육사 군맥을 약화하는 데서 논의가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군맥 형성 자체를 막기는 어렵지만 특정 군맥이 인사와 지휘권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출신별 고위직 편중을 점검하고 국회 등의 감시·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나아가 군맥이 정치개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견제장치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규덕 숙명여대 석좌교수도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육·해·공군 통합사관학교를 운영한 국가의 군종 간 견제와 균형이 사라졌다”며 통폐합이 ‘견제 없는 단일 카르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부가 지금까지 사관학교 통합의 필요성으로 제시해 온 주요 논리는 미래전 대응과 합동성 강화, 인재 확보 등이었다. 육·해·공군뿐 아니라 우주·사이버 등으로 전장 영역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장교 양성 단계부터 합동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군종별로 나뉜 기존 사관학교를 통합해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생도 시절부터 공통교육을 실시해 합동성을 갖추고 군종별 특화교육을 통해 장교를 양성한다는 구상이다.
통합 찬반 양측은 이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부 의원은 사관학교 통합의 목적이 군맥 해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전 환경 변화에 맞춰 장교 양성체계를 개편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부 의원은 “육·해·공군뿐 아니라 우주·사이버 등으로 전장 영역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존처럼 군종별로 분리된 교육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며 “사관학교 지원자 감소와 입학 후 이탈, 조기 전역 등 우수 인재 확보 문제도 통합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임 의원은 미래전에서 합동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를 사관학교의 물리적 통합과 연결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공통과목과 원격교육 등을 통해 물리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사관학교의 물리적 통합이 합동성 확보의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임 의원은 “합동성이라고 하는 부분은 각 군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각의 전문성들을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라며 “생도 단계에서 다른 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면 학교를 하나로 합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사관학교 통합을 둘러싼 기존 논쟁은 합동성과 전문성, 통합 방식 등에 집중돼 있다. 정부는 ‘합동성 강화’를 통합의 핵심 논리로 내세우는 반면, 통합에 반대하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와 야권에서는 각 군의 정체성과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쿠데타 방지를 사관학교 통합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면서 논의의 범위도 장교 양성을 넘어 군 권력구조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특히 통합 이후에도 군맥이 형성될 수 있다는 데 여야 군 출신 의원의 인식이 일치하면서 이를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통합 이후 3군 통합 군맥이 특정 출신의 지휘·인사권 독점이나 정치개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별도의 구조적 감시·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향후 사관학교 통합 논의가 군 권력의 분산과 통제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