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0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한 회도 거르지 않고 1402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9일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박봉수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국가경제의 역동적 성장과 기업 기술혁신 지원정책'을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이 기사가 우리 지역 주민들의 교양 쌓기에 작은 도움이나마 되기를 바랍니다.(편집자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전담하는 정부기관의 수장답게 박봉수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벤처에 얽힌 두 가지 이야기'를 강연의 화두로 삼았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포티나이너즈'.

"1848년 캘리포니아에서 제임스 마샬이란 사람에 의해 처음으로 금이 발견되자 이듬해인 1849년부터 1885년까지 36년 동안 미국 각지에서 약 25만명의 사람들이 서부로 서부로 밀려들었다. 골드러시의 원조인 이들을 통칭하는 말이 바로 포티나이너즈(49ers)인데,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의 미식축구팀 명칭과 '클레멘타인'이라는 노래의 가사에만 그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다. 열악한 환경과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그들은 일확천금을 위해 도전하지만 결국 제임스 마샬의 사망과 함께 아메리칸 드림을 향한 서부 대장정은 막을 내려야 했다. 그러나 비록 그들의 도전은 실패했지만 불굴의 그 개척 정신이 나중에 슈퍼 강국 미국의 결정적 토대가 됐음은 물론이다."

   
▲ 5월 19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인간개발연구원이 주최한 조찬강연이 열렸다. 조찬강연에는 박봉수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나와 '국가 경제의 역동적 성장과 기업기술혁신 지원 정책'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여의도통신 김진석
IT 벤처 기업인을 제일 먼저 포티나이너즈에 비유한 주인공은 빌 게이츠였다고 한다. 실제로 포티나이너즈의 열정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하나로 연결시킨 대륙횡단철도 건설이라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역사(大役事)의 원동력이 됐다. 1863년 서쪽 끝의 캘리포니아 세크라멘토와 동쪽 끝의 네브라스카 오마하에서 출발한 철도가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상봉한 것처럼 6년 후에 유타 프로먼터리에서 만난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인디고 블루'.

"백인들은 서부를 개척하며 만났던 인디언들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우곤 했다. 그 중의 하나가 야생 풀을 찧어 추출한 푸른 염료, 즉 '인디고 블루'로 흰 천을 염색하면 벌레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는 발견이었다. 1853년 독일 바바리아 출신의 청년 리바이스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 푸른색 천으로 청바지를 만들어 광산에서 금을 캐는 광부와 철도를 까는 인부들에게 판매했다. 그리고 20년 후 자신의 이름을 딴 리바이스(Levis)라는 브랜드로 청바지 제작 판매를 기업화하면서 오늘날 세계 제1의 의류업체를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밖에도 청바지는 실용성은 물론이고 젊음, 저항, 변혁, 자유, 진취성을 상징하는 청소년 문화를 주도하며 세계적 대중 문화까지 창출했다. 1930년대의 카우보이, 1950∼60년대의 제임스 딘은 청바지의 상징적 화신이었다."

대륙횡단철도 건설에 나선 노동자는 태평양을 건너온 중국 광동성 출신의 꾸리와 대서양을 건너온 아일랜드 출신의 가난한 인부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당시 작업복으로 입은 것 역시 청바지였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박 이사장이 포티나이너즈와 인디고 블루를 통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형 중소·벤처기업 모델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작지만 강하고 효율적인 경제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하면 된다'는 역동적인 기업가 정신과 새로운 기업문화 창출은 기존 틀의 창조적 파괴를 촉발하여 사회 시스템 전체의 혁신을 유도할 것이다. 이제 대기업 중심의 관료적이고 경직된 문화로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며, 공룡처럼 일순간에 사라지는 운명에 처해질 수도 있다. 또한 대기업의 세계화 혹은 다국적화의 진전으로 국내 경제정책이 과거의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벤처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물론 머니 게임, 반기업 행태, 도덕적 해이 등 일부 중소·벤처인이 보여준 사회적 역기능 역시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이 기술평가인증제도의 확산을 통해 기술금융 시스템 혁신을 도모하는 한편 기술이전보증제도를 도입해 중소·벤처기업의 기술혁신을 촉진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박봉수 이사장이 강연회를 정리하면서 마지막으로 꺼낸 이야기의 주제는 '로마 역사에서 배우기'.

"오늘날 기업은 무한경쟁 상황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광대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로마의 경험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 로마의 성공 비결은 상호 연관성이 있는 다음과 같은 6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시스템에 의한 운영-귀족과 평민의 견제와 균형 ▲시민성의 발휘-시민들의 공동체 의식과 참여의식 발휘 ▲노블리스 오블리주-리더 집단의 절제 정신과 헌신적 노력 ▲개방과 포용-패자도 공동 경영자로 동화시키기 ▲개혁과 발전-실패 상황에서도 반보 후퇴, 일보 전진 ▲미래를 위한 투자-사회 인프라 구축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킬 것은 지키고, 버릴 것은 버리는' 진정한 개혁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는 일일 터이다."

<여의도통신=정지환 기자>

박봉수 이사장의 이력서

▲서울대 상대 졸업
▲조지워싱턴대 경제학 석사
▲제10회 행정고시 합격
▲공인회계사
▲IMF/세계은행 근무
▲재정경제원 관세국장
▲대통령 정책기획비서관
▲국회 재경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중소기업 특별위원회 위원(현)
상훈: 홍조근정훈장, 철탑산업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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