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28일 경기도청 회의실에서 손학규 경기지사와 경기도청 관계자들이 출석한 가운데 2005년도 국정감사를 가졌다. 국정감사 질의에 앞서 경기도 업무보고를 하고 있는 손학규 경기지사. /여의도통신 김진석 기자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28일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가 핵심을 벗어난 정당간 정치공방으로 비화됐다.

이에 따라 공직자와 시민단체들은 본연의 의무를 망각한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꼬집으며 의원자질을 문제 삼았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대권주자 중 1명인 손학규 지사를 흠집 내기에 초점을 맞춘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손지사를 감싸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날 손지사는 인신공격성 발언에 가까운 질문으로 몰아세우는 여당 의원들에게 강력하게 응수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를 이어갔다.

열린우리당 강창일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손 지사의 대응에 “내년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언론이 그러는데 (지사에 뜻도 없으면서) 경기비전21이라는 중장기계획을 세운 것은 돈 낭비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강 의원은 이어 “지난 5월7일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에서 총리와 설전 후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에 대해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고, 정치쇼라는 얘기도 있다”며 “합리적, 이성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공격했다.

이에 손 지사는 지지 않고 “국민 대다수는 오히려 통쾌해 했다”고 응수했다.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은 “정부의 국토계획법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은 지방자치에 역행하고 지역 불균형 발전을 초래한다”며 정부정책을 비난한 뒤 “경기도의 외자유치, 100만 일자리 창출사업, 한류 우드 조성 등은 손 지사의 돋보이는 업적”이라고 여당으로부터 공격당하는 손 지사를 추켜세웠다.

이어 공격자로 나선 열린우리당 우제항 의원은 공세를 늦추지 않고 100만 일자리 창출사업, 외자유치 등에 대해“100만 일자리 창출사업에 대한 명확한 자료를 제출하라, 손 지사의 외자유치 실적이 133억달러라는데 실제 들어온 액수는 10분의 1도 안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또 우 의원은 평택항 개발 문제를 놓고 “지사가 노무현 대통령을 보고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경포대)이라고 하고, 총리와의 협의자리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도지사로서 적절한 언행이냐”고 물으며 ‘경포대’란 어휘를 빗대어 "경기도를 포기한 도지사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손 지사는 “의원이 그렇게 얘기하면 안된다. 현재 총 37개 외국기업(119억달러)이 실제로 투자하고 있다”며 “그런 말 말라”고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우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이번에는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이 나서 “교수이자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인 손 지사께 앞으로 국가를 위한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하는 등 손 지사 감싸기에 앞장섰다.

다음 질의자로 나선 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은 손 지사가 이달 초 유럽 외자유치활동기간에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를 입은 미국 뉴올리언스를 방문, 교민들을 위로한 데 대해 “도지사 업무수행과 관계가 있느냐”며 “혈세를 낭비한 일”이라고 공격했다.

   
▲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28일 경기도청 회의실에서 손학규 경기지사와 경기도청 관계자들이 출석한 가운데 2005년도 국정감사를 가졌다. 핸드폰으로 현장중계를 하고 있는 관계자. /여의도통신 김진석 기자
이에 손 지사는 “우리 동포가 수재를 당했고 미국과 여러가지 깊은 관계인 경기도에서 교민과 미국을 위로하고 돕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반박했다.

뒤이어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발벗고 외자유치를 하고, 영어마을을 조성해 외국유학을 대체하는 등 소신 갖고 도정을 펴는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며 지원사격을 했다.

이처럼 행정업무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야 할 국정감사가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망각한 국회의원들로 인해 정치공방장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를 치켜본 공무원들은 “국정감사장을 정치공방장으로 이용하려면 국정감사 자체를 없애야 한다”며 “국회의원들이 본연의 의무를 망각한 채 업무와 관련없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는 것은 자질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시민단체들도 “올바른 국정감사를 통해 도정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정감사를 정치공방의 장으로 만드는 자격없는 국회의원들에 대해선 낙선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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