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하면서도 매력적인 저음의 음성, 대장부의 풍채가 느껴지는 호방한 인상. 연승흠(47)씨를 처음 보는 순간 누구라도 한눈에 그가 정조대왕 역할의 적임자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혜경궁 홍씨 역할의 이지현씨(관련기사 본보 7월 31일자 보도)와 더불어 제9대 정조대왕으로 선발된 연승흠씨는 인기상 정도만 받으면 성공이라 생각하고 참가했다가 예상 밖의 ‘대성공’을 거뒀다.

▲ 제9대 정조대왕으로 선발된 연승흠씨는 정조대왕의 보여준 효 정신을 자라나는 신세대들에게 직접 전해주고 싶다고 한다. ⓒ김용진 기자 yjkim@suwonilbo.kr
“우정상을 수상한 것만으로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했는데, 9대 정조대왕을 발표하는 순간 제 번호 ‘18번’이 호명되자, 정작 멋지게 보여주려고 준비해놨던 수상 포즈도 다 잊어버리고 말았죠.”

워낙 쟁쟁한 후보들이 많아 정조대왕 선발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연씨 역시 혜경궁 홍씨로 선발된 이지현씨와 마찬가지로 지역사회에서 ‘공인’이 된 이후 언행에 여간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불편을 토로하기도 했다.

편한 반바지 차림으로 외출했다가 이웃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왕도 반바지 입고 돌아다닌다’는 말을 듣고 민망했다는 에피소드는 정조대왕이 수원 지역에서 갖는 상징성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정조대왕의 사상과 학문, 업적 등이 광범위해서 제가 다 따를 수는 없지만 ‘효(孝)’에서만큼은 귀감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조부모뿐만 아니라 외조모까지 모시며 한 때 4대(代)로 이뤄진 가정을 이끌어 온 연씨의 내력을 들여다보면, 정조대왕을 상징하는 ‘효(孝)’ 부문에서는 그가 적임자란 확신을 들게 한다.

연승흠씨는 자신이 정조대왕의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없지만 우리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덕목인 효 정신을 실천하는데 모든 노력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조대왕의 보여준 효 정신을 자라나는 신세대들에게 직접 전해주고 싶다는 연씨는 핵가족화 시대에서도 어린 학생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효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수원 지역의 각급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화성행궁에서의 현장교육을 실시해 효 사상을 전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조대왕이라는 수원의 소중한 자산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평소 ‘마마님’이라 부르며 모자(母子)처럼, 때론 오누이처럼 혜경궁 홍씨로 선발된 이지현씨와 가까운 사이가 됐다는 연씨는 이씨의 무료급식 봉사활동에 동참할 계획이다.

동네 어르신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위해 9월 식당 개업을 준비하고 있는 연승흠씨는 정조대왕 출연료 전액 역시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등 그의 봉사 계획은 끝이 없다.

국민생활체육 수원시 볼링연합회에 24년간 몸담아 왔지만 9대 정조대왕 역할을 위해 과감히 사무국장직을 사임한 연승흠씨.
 
솔직하고 강직한 심성을 중시하는 가풍 속에서 성장해 효와 봉사에 전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엉뚱하게도 연씨를 정조대왕으로 선발한 심사위원의 안목에 감사하고픈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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