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에서 20일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국악뮤지컬 '한네의 승천'이 공연됐다.

경기도립국악단 창단 10주년 특별공연으로 치러진 이 공연은 국악단의 음악과 함께 사물놀이, 탈춤, 줄타기 등 우리의 전통음악과 연희들이 풍성한 공연이었다.

사실상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등과 같은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이 대중적 열광을 받고 있는 현재 '국악 뮤지컬'이란 장르부터가 이색적이고 낯선 것이었지만, 뮤지컬을 좋아하는 현대의 관객에게 익숙한 형식으로 다가가면서도 서양 음악이 아니라 우리의 음악인 국악을 사용함으로써 국악에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큰 박수를 보낸다.

'한네의 승천'은 극작가 오영진의 작품으로, 관혼상제에서 관례를 제외한 혼례, 상례, 제례를 수용한 민속 소재의 삼부작 중의 하나이다. 이 작품은 제례를 수용하고 있는 작품으로써 선녀동이라는 한 마을의 동제(洞祭)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75년 초연 당시 음악을 맡았던 김영동은 전통 5음계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현대적이면서 대중적인 감수성에 밀착할 수 있는 선율로 '사랑가', '한네의 이별', '애사당'과 같은 명곡들을 만들어냈고, 이번 공연에서도 다시 음악을 맡아 위의 곡들을 더욱더 세련된 형태로 되살려냈다.

▲ 지난 17일에서 20일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 무대에 오른 국악뮤지컬 '한네의 승천'의 한 장면

사실 줄거리 전개에 있어서, 만명이 금기를 깨고 읍내에 나간 이유나 한네가 만명모의 환생이라는 점 등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음으로써 내용 이해에 어려움을 주기도 하였으나, 이러한 한계는 애절함을 주된 정조로 한 서정적인 분위기의 음악들을 통해 무대에 통일감이 주어짐으로써 극복되었다. 숙련된 국악단에 의해 연주된 아름다운 선율들은 국악에 낯선 현대인들에게도 쉽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네 역에 김유진, 만명 역에 서범석, 필주 역에 추상록이 캐스팅되었는데, 젊은 뮤지컬 배우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악 장단에 맞추어진 애절한 노래들을 잘 소화해냈다.

아쉬운 것은 선녀담과 선녀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 분위기에 맞게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려고 했으나 오히려 괴기한 느낌이 들었던 조명과, 한국적 세계관을 잘 보여주었던 귀신들의 등장에서 너무나 서구적이었던 귀신들의 의상이었다. 좀 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한다. 또한 합창의 가사는 거의 전달이 되지 않았는데, 팸플릿에 합창의 가사를 적어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서문에 등장하는(조선시대의 문인 유한준의 글에 빚지고 있다고 하는) 유홍준 교수의 글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들은 국악을 듣는 것에 훈련되어 있지 않다. 낯설고 불편하다.

그러나, 관심을 갖고 듣다 보면 금방 친숙해지는 것이 국악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것’의 힘이다. 우리 것을 더 잘 알고, 더 아끼는 마음이야말로 바로 우리 국가의 경쟁력이다. 숙련된 수준 높은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다시금 우리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경기도립국악단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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