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거주하는 행궁동에는 서정화라는 젊은 시조시인도 살고 있다. 그의 남편 강제욱은 환경사진작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또 매년 수원에서 ‘수원화성국제 사진전’을 열기도 한다.

지난 8월 29일 저녁 수원 화령전(華寧殿)에서 운한각(雲漢閣)ㆍ복도각(複道閣)ㆍ이안청(移安廳)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지정 기념행사가 열렸을 때 서정화 시인을 만났다. 그는 자신이 행궁동 통장이라고 했다. 응? 젊은 여류시인이 통장을? 할 만 하냐고 물었더니 재미있다며 웃었다. 보수는 어떤가 하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장과 이장은 주민들의 뜻을 모아 행정기관에 전달하고, 각종 시책을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등 행정기관과 주민간 가교역할을 한다. 이들은 단순히 행정기관의 심부름꾼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마을의 대표이자 행정의 최일선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처우는 한 달 20만원의 수당과 명절 상여금 200%, 회의 참석 시 2만원의 수당만을 받는다. 모두 합쳐봤자 1년에 300만원 조금 웃돈다. 따라서 농촌지역과 일부 도시지역에서는 지원자가 없어 수차례 공고를 내보내기도 한다. 한사람이 오랫동안 맡아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당정은 2004년 인상 이후 오르지 않은 기본 수당을 현행 월 20만원 이내에서 내년부터 30만원 이내로 10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물가상승률과 지자체 의견과 등을 감안한 것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월 13일 열린 당정 협의 모두발언에서 "책임은 나날이 느는데 처우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통장 수당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통장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지자체도 많다. 모든 통·리장의 자녀에게 주는 것은 아니다. 수원시의 경우 ‘지방행정의 최일선에서 시·구정 시책추진에 적극 협조해 민·관의 가교 역할로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통장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통장자녀 장학금 지급조례에 근거해 1년에 2차례 지급하고 있다. 도내 31개 시·군 중 19개 시·군에서 ‘통·리장 자녀 장학금 지급조례 시행규칙’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 조례에 문제가 있다. 경기도 인권센터에 따르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가 있어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내 19개 시.군이 장학금 신청 시 신청서류에 ‘종교’와 ‘사상’을 기재하거나 별도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인권센터는 시행규칙에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의 종교와 사상은 개인이 결정하는 양심에 해당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는 종교와 사상을 결정하는 자유는 물론 그것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에 관한 자유도 포함하는 만큼 양심의 자유를 침해 한다”는 인권센터의 판단은 옳다.
 
‘타의 귀감이 돼 장차 조국의 발전에 이바지 할 것’이라는 문구가 있는 ‘서약서’도 개인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할 학업의 목적을 강제로 규정하고 있었다. 해당 시·군은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조례의 시행규칙을 하루빨리 개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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