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른바 ‘행리단길’이라고 불리는 옛 도심은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 좁은 지역에 카페와 퓨전 음식점이 100여개 넘게 들어섰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운 업소가 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입소문이 난 가게는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골목마다 스마트폰으로 가게 위치를 찾으며 걷는 사람들로 붐빈다. ‘여기가 예전의 그 낙후됐던 마을이 맞는가?’ 의아할 정도로 분위기가 활기차게 바뀌었다.

행궁동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 감싸고 있는 마을이다. 수원의 역사와 문화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지만 문화재 보존구역이어서 재산권 행사가 제한된 낙후지역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열린 ‘생태교통 수원 2013’을 계기로 거듭났다. 이 행사는 석유가 고갈된 미래 상황을 가정해 행궁동 일원에서 한 달간 개최됐다. 행궁동 주민들은 자동차 없이 무동력 교통수단만을 이용해 생활했다. 세계최초로 진행된 글로벌 프로젝트였다. 전 세계 1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수원화성 행궁동을 찾아왔으며 수백 명이 넘는 전 세계 환경전문가들이 수원에 모였다.

이 행사가 끝난 뒤 한 공중파 방송에서는 “석유 등 화석연료가 고갈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미리 보여주는 뜻 깊은 행사로 자리 잡았다”고 극찬했다. “이제 수원화성 행궁동은 개발 없이도 여유가 넘쳐흐르는 생태문화 도시로 자리매김 했다”고 평가했다. 옛길이 정비되고 전선은 지중화 됐으며 거리도 말끔하게 개선했다. 행궁동을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급작스럽게 증가했다. ‘수원 문화재 야행’도 한몫했다. 수원시가 생태교통 행사와 수원 문화재 야행 행사로 멍석을 깔아놓자 젊은이들 스스로 이 마을을 찾아내 SNS로 홍보하고 ‘행리단길’이라 이름 붙였다.

현재 이 지역에는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카페와 퓨전음식점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수원시의 지원을 받은 한옥 건축 붐도 일고 있다.

‘행궁동 생태교통마을’을 벤치마킹하려는 지자체와 단체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올해 21개 지방정부·단체가생태교통마을과 생태교통마을 커뮤니티센터를 방문해 ‘생태교통수원 2013’ 현장을 둘러보고, 축제 준비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예년보다 방문객이 줄었음에도 말이다.

생태교통수원 행사는 이제 세계적인 축제가 됐다. 제2회 생태교통세계축제가 2년 후인 2015년 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제3회 생태교통세계축제가 2017년 10월에는 대만 가오슝에서 열린 것이다.

젊은이들의 입맛과 취향을 사로잡으며 수원의 핫플레이스가 된 행궁동. 생태교통의 효과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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