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원FC의 승격을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지만 우리는 운이 아닌 실력으로 큰일을 해냈습니다. 수원시민과 축구팬 여러분의 성원 덕분입니다”

수원FC가 지난달 29일 경남FC와의 승격플레이오프(1-1)에서 승리하고 K리그1(1부)로 진출하자 구단주인 염태영 시장이 개인 SNS에 올린 글이다.

“내년에 신명나는 ‘수원더비’를 펼치고, ‘축구명가’의 전통을 새롭게 만들어나가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염시장의 기쁨이 이해된다.

참으로 극적인 승리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극장골’이 이날 수원FC-경남FC 간의 승격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터졌다.

올해 K리그2 수원과 경남의 경기에서 수원이 3승을 거뒀다. 그래서 수원이 경남을 꺾고 K리그1로 승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경기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배수진을 친 경남은 매섭게 수원을 몰아붙였다.

전반 20분엔 골키퍼의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간신히 넘겼지만 26분,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 멤버였던 경남 최준의 중거리 슛이 수원의 골망을 흔들었다. 비록 상대팀이긴 했지만 감탄이 절로 나올만한 멋진 골이었다.

후반전부터는 경남의 지연전술이 시작됐고 만회를 위한 수원의 공세가 거세졌지만 추위로 몸이 굳은 탓인지 볼은 거듭 골대를 빗나갔다.

후반전이 끝나고 추가시간 4분이 남았지만 경남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경남의 시간끌기는 더 심해졌다.

​​초침이 돌아가고 추가시간에 더한 추가시간.

모두가 “이제 틀렸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추위 때문에 경기장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내 입에서도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때 기적이 일어났다. 경남 페널티지역에서 경남의 김형원 수원의 정선호를 잡아채서 넘어트렸다. 주심의 휘슬이 울렸고 반칙이 선언됐다.

VAR 판독 결과 명백한 반칙이 드러났고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는 안병준. 안병준의 강한 킥은 경남 골키퍼를 빠르게 지나쳐 골망을 흔들었다. 주심은 곧이어 종료 휘슬을 불었다.

K리그1 승격의 주역 안병준(30)은 일본 도쿄 출신으로 북한 대표팀에서 뛴 독특한 이력을 가진 선수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 대표팀에서 8경기에 출전했다.

2013년 가와사키 프론탈레(J1)에서 프로선수로 데뷔, J리그에서만 6시즌 동안 101경기에 출전했다. 수원FC엔 2018년 12월말 입단했다.

안병준은 올해 매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정규시즌 20골, 플레이오프 1골 등 21골을 터트려 득점왕, 베스트11을 차지했다. 11월 30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북한 대표 출신 선수가 MVP로 선정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선거인단으로는 K리그2 감독 10명과 주장 10명, K리그 취재기자 75명이 참여했는데 감독 8명, 주장 6명, K리그 취재기자 57명이 안병준을 찍었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점수로 따지면 72.40점을 받은 것이다. 압도적인 점수다.

이로써 안병준은 올해 3관왕으로 등극했다.

0-1로 지고 있는 상황, 추가시간도 속절없이 흘러가 패색이 짙었던 순간 기사회생의 기적이 일어났고 안병준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래서 축구의 묘미가 있는 것이다.

수원FC는 2015년 K리그1로 승격했다. 하지만 K리그1에서의 노정은 험난했다. 마지막 라운드까지 치열한 잔류 경쟁을 할 정도로 분전했지만 12위에 머물면서 1년 만에 K리그2로 강등됐다.

K리그2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10개 팀 가운데 8위를 차지했다. 그런 수원 FC에게 K리그1 승격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수원FC가 달라진 것은 지난해 11월 김도균 감독이 취임하고 공격수 안병준과 미드필더 마사가 호흡을 맞추면서부터였다.

후반기에 제주유나이티드에게 선두를 내주긴 했지만 정규시즌을 주도했다.

어쨌거나 꿈은 이루어졌다. K리그1으로 승격한 수원 FC에게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K리그1에서도 화끈한 공격축구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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