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을 하고 아이를 여럿 낳았다. 지금은 큰 딸이 40이 넘었고 막내도 30을 넘겼다.

아이들과 먹고사느라 내외가 벌어도 집 마련하기 힘들었다.

1981년 4월 19일, 그날이 무슨 날인지 하늘도 아셨는지 비가 하루 종일 왔다. 무슨 날? 4.19혁명기념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혼인한 날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나 흐른 뒤인 1996년 3월, 주민등록증에 숱하게 이사 기록을 남긴 뒤에야 겨우 내 이름으로 된 아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진정한 집주인은 은행이었지만.

당연히 기뻤다. 공군골프장과 그 옆의 논과 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남향 창가에 서면 그것들은 모두 내 정원이었다. 아이들도 좋아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이들에게서 전에 보지 못한 피부병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새집증후군이라고 했다. 새로 지은 건물의 건축 자재에서 배출되는 물질들로 인해 발생하는 피부염, 두통, 수면 장애 등 병증이다.

아토피 증상으로 온몸을 긁어대는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도 다녀봤는데 별 차도가 없었다. 아토피 피부염은 피부 건조증과 심한 가려움증들이 주요 증상으로 알레르기성 비염,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성 결막염 등의 증상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토피는 그 옆의 평수가 넓고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하고 나서야 사라졌다.

수원시-수원교육지원청-남창초등학교가 지난 21일 ‘친환경 아토피특성화학교 운영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친환경 아토피특성화학교 활성화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남창초등학교는 친환경 아토피특성화학교다. 아토피 없는 도심형 건강학교를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이날 협약 이후 수원시는 앞으로 아토피특성화학교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연간 5000만원의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2014년 4월 16일 남창초등학교 아토피 특성화학교 오픈 기념식. (사진=수원시포토뱅크 김기수)
2014년 4월 16일 남창초등학교 아토피 특성화학교 오픈 기념식. (사진=수원시포토뱅크 김기수)

남창초등학교는 팔달구 행궁동에 있다. 법정동으로는 남창동이다.

수원시는 지난 2012년부터 이 학교엔 예산을 지원, 편백나무교실, 스파실과 족욕실을 갖춘 아토피 힐링체험관, 힐링가든 등 자연 친화적인 야외학습장 등을 조성했다. 아울러 2014년부터는 아토피 치유 특별 프로그램과 친환경 급식 등으로 특화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을 통해 각종 채소와 작물을 직접 재배하고 이를 학교급식에 활용한다. 일부는 학생들 가정에서 식재료로 쓰도록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아토피피부염 진단서만 있으면 통학구역에 구애받지 않고 전·입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매년 전교생의 20~30%가량인 아토피 환아들을 특별관리하며 의료서비스와 1대1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일반 예방교육 등 프로그램의 경우 전교생은 물론 방학 기간을 이용해 수원시 등 인근지역 아동이 체험할 수 있도록 진행해 왔다”고 설명한다.

수원 남창초등학교. (사진=수원시포토뱅크 김기수)
수원 남창초등학교. (사진=수원시포토뱅크 김기수)

아토피특성화학교인 남창초등학교와 함께 시민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은 2014년 문을 연 ‘수원시환경성질환아토피센터(이하 수원아토피센터)’다.

조원동 광교산 자락(장안구 수일로233번길)에 위치한 수원아토피센터는 아주대학교 의료원이 수탁운영하고 있는데 전국 최고의 환경성질환 예방·관리센터다. 의료·복지·교육을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을 제공, 단순 치료 활동에서 벗어나 질환자와 가족들이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아토피 질환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편백나무와 황토벽지, 한지장판 등 친환경적인 요소는 물론 알레르기 전문의가 상주하며 전문적인 상담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방식으로 운영됐지만 2019년 3월말까지 누적 이용자 수는 13만 9748명이나 된다고 한다. 온·오프라인 상담·교육자료 이용자까지 합치면 개관 후 28만여 명이 직·간접적으로 아토피센터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수원시는 이에 더해 영통구보건소를 아토피예방관리사업 보건소로 정해 수원시환경성질환아토피센터, 남창초등학교(아토피특성화학교)와 함께 수원시 아토피 클러스터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환경성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지금, 수원시의 아토피 클러스터는 좋은 사례다.

우리 아이들이 한창 클 때도 이런 게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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