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경기도교육청은 내년부터 2010년까지 전교생 10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를 인근 학교와 통·폐합한다고 발표했다.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산의초등학교는 광교신도시 개발과 맞물려 현재 학생수가 80여명으로 급감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김기수 기자 kks@suwonilbo.kr

이의동 개발과 맞물려 50년의 역사가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른다기에 찾아 나선 산의초등학교.

1년 넘게 산의 초교 살림살이를 챙겨온 이중원 교감은 “추석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며 “예정된 개발이라 할 말은 없지만 아직 공식적인 통보가 없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놓는다.

좁다란 오솔길을 따라 자리잡은 산의초등학교. 도심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았음에도 한적한 시골학교마냥 너른 들판이며, 색색으로 물든 아름드리나무들의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아, 수원에 이런 학교가 있다니!”.

늦은 오후, 학교 수업은 진작 끝이 났지만 벤치마다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책가방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사이로 줄지어 있다. 노느라 정신 팔린 아이들이야 그렇다 쳐도, 교무실의 선생님이며 학교 직원들조차 퇴근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산의초교가 위치한 이곳 이의동은 ‘한’씨와 ‘심’씨가 주로 살던 곳으로 그만큼 씨족사회의 성격이 짙은 곳이다.

50여년의 역사에 동창회 모임만도 15년을 넘어선다는 총동문회 사무국장 심시진(53)씨는 “올가을 운동회에선 1회 졸업생의 회갑 잔치를 열었다”며 “개발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모든 학생이 가족 같고, 정감이 넘치던 산의초교 만의 아름다운 문화를 다시 보지 못할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1953년 개교해 올해로 48회 졸업생을 낸 산의초교. 1985년부터는 300여명의 학생으로 자그마한 동네에선 꽤 북적거리던 학교였다. 이의동 주변을 대대적으로 개발하면서 2000년부터 100여명으로 꾸준히 이어지던 학생 수마저 추석을 전후해 급감, 현재는 70~80여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그나마 내년 3월 학기를 마감하게 되면 ‘이사가겠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아 학생 수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17명이던 교사도 줄어들 전망이다.

“때 묻지 않은 환경 때문인지 아이들의 심성이 도시의 아이들보다 순박하고 착한데다, 선생님들도 이곳에 남다른 애착을 갖는 게 사실”이라는 이 교감은 무엇보다 “다음 학기가 되면 50명 정도로 학생 수가 줄어들텐데 수원시교육청이나 경기지방공사에서 이렇다 할 말이 없어 더 답답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수원시교육청 관리과는 “경기지방공사를 찾아가 직접 문의를 해도 부서별로 설명이 일관되지 않는 등 공공기관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하면서 “현재 계획안이라도 통보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로 계획안이 나오는 데로 산의초교에 통보하고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의초교 동문회측은 “이곳 주민들을 위해 조성될 이주자단지에 신설된 초등학교는 ‘산의초교’로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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