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꽃씨 같은 연극인이 되라던 동랑 유치진 선생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경기도문화의전당까지 연극의 꽃씨를 전파하기 위해 왔다는 전무송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그에게서 인생 이야기,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가족, 그의 삶 자체가 되어준 연극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 전무송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은 취임후 첫 작품인 연극 고골리의 ‘결혼’ 공연을 앞두고 “동랑 유치진 선생의 민들레 씨앗처럼 어디든 날아가서 연극을 꽃 피우라는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고 말한다. ⓒ김기수 기자 kks@suwonilbo.kr
- 연극을 한지도 45년째 이다. 지금까지의 연극인생을 말한다면?

▲ 사실 처음에는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다. 스크린을 통해서 보여지는 멋진 배우를 보면서. 그러다가 드라마센터 개관 프로 ‘햄릿’에서 무대와 배우들을 보고 황홀함을 느꼈다.

그 후에 연극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유치진 선생께 가르침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연극인생을 시작했다. 그때 연극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무대에서 보이는 화려함은 어디에도 없었고 선배들은 항상 내면을 채우는 연극을 하라고 말했다. 말 자체도 너무 어려웠지만 실제 그런 연극을 하기까지 오랜 연습과 고통이 있었다. 그런 것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었다.

- 이제 65세이다. 언제까지 연극을 할 생각인가?

▲ 유치진 선생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민들레 씨앗처럼 날아가 어디든 가서 연극을 꽃피워라”라고. 나는 그 말씀을 잊을 수가 없다. 물론 영화, 텔레비전도 할 기회가 많았지만 꾸준히 연극을 고집하는 이유이다.

나로 인해 연극이 활성화 되고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는 장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이제 65세가 아니라 아직 65세이다. 힘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연극을 더 열심히 하고 싶다. 앞으로도 힘닿을 때까지 할 생각이다.

- 딸, 아들, 사위 모두 연극을 하는데 ‘연극하는 가족’이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면?

▲ 자식에 대한 부모의 걱정은 어느 누구나 똑같을 것이다. 과연 자식이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사실 처음에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반대했다.

특히, 연극이라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함께 연극을 하다보니 자식에게서 배우는 젊은이의 감각도 있었다. 연습 후에는 함께 보충할 부분을 상의하고 서로 배려하는 점이 참 좋았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함께 무대에 설 것이다.

- 21일부터 첫 연극인 고골리의‘결혼’이 공연된다. 예술감독으로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나?

▲ 사실 고골리의 ‘결혼’은 러시아의 연출가 발레리 포킨에 의해 공연됐던 작품이다. 포킨의 연출 의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우리 말의 맛’의 묘미를 살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러시아 감독이나 한국 감독이나 작품을 읽을 때는 똑같은 의도로 연출되지만 우리만의 생활상이나 삶의 철학 등을 외국감독이 다 접근할 수는 없다. 그런 부분의 빈틈을 채워나가면서 ‘우리말의 맛’을 나름대로 살리는 것이 이번 연극의 포인트이다.

- 고골리의 ‘결혼’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가?

▲ ‘결혼’은 여자가 결혼을 하려고 중매쟁이를 통해서 남자를 만나는 과정을 통해서 이 시대의 진정한 사랑과 결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그 어떤 지식, 재물보다 믿음, 사랑, 존경의 마음이 결혼을 하는데 전제 조건이 아니겠는가.

관객들이 ‘결혼’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진실한 결혼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가 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수원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경기도는 이상하게도 문화예술이 낙후돼 있다. 그래도 다행한 것은 경기도 자체의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강하고 문화의 전당측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문화예술 부분이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점이다.

연극공연장으로 관객을 불러 모으는 것은 연출가의 노력, 무대, 배우의 연기 등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연극에 관심을 기울여주고 공연장을 찾아주는 것이다.

경기도의 문화발전은 바로 수원시민에게 달려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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