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2월 31일 수인선 협궤열차가 폐선됐다. 1937년 7월 11일에 개통된 수원시~인천시를 오가는 철도노선으로서 일제가 식량을 수탈하기 위해 만든 철도였다. 경기도 해안 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과 여주 등 내륙에서 나는 곡물을 인천항으로 수송해 일본으로 반출했다. 해방 후에는 수원과 인천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으로써 상인, 직장인과 학생, 농·어민,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했다. 김장철에는 소래포구로 새우를 사러 다니는 아주머니들로 만원을 이뤘다.

협궤열차의 철도 폭은 1m도 안되는 76.2cm였다. 우리나라 표준 궤간이 143.5cm이므로 절반도 안 되는 폭이었다. 수인선 열차는 ‘꼬마열차’라고도 불렸다. 그러나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폐선의 운명을 겪었다.

수원시와 화성시 일부 구간에 남아 있는 철로를 이용해 관광열차를 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 수원역을 출발해 고색~오목천~어천~야목~사리 등 5개역을 거쳐 한대앞역이 연결됨으로써 수인선이 재개통됐다. 정취와 낭만은 없어졌지만 말이다.

이 아쉬움을 달래줄 전시회가 이달 8일부터 8월 8일까지 수원 구 부국원에서 열린다. 수원시가 마련한 ‘수인선: 협궤열차의 기억’ 전시회에서는 옛 수인선 협궤열차, 수원역 승강장, 역전 풍경, 승객의 모습을 담은 사진 30여 점이 전시되며, 수인선을 이용했던 사람들과 기관사 등 수인선의 추억 영상이 상영된다. 구 부국원에서는 지난해에도 철거되기 전 옛 인계동의 모습과 거기서 살아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전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는 수원시정연구원의 수원학 구술총서 ‘수인선: 협궤열차의 기억’ 발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는 지난 2003년부터 구술·채록(採錄)자료집인 ‘근·현대사 증언자료집」을 발간, 잊힌 근·현대 역사를 복원함으로써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발행된 ‘수인선: 협궤열차의 기억’에서는 협궤열차 역무원, 지동시장 상인, 참외 농사꾼 등 시민 7명이 수인선에 얽힌 추억을 이야기한다. ‘수원 철도기관사’도 함께 펴냈는데 수인선 철도기관사 3명의 구술을 담고 있다.

전시회에서는 책자 작업 과정에서 수집한 사진과 구술을 재구성한 영상 일부가 공개된다. “수인선 열차가 소에 받혀 넘어갔다” “오르막길을 못 올라가서 승객들이 내려 밀었다”는 등 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담은 수인선의 아쉬움을 역사로 만든 수원시, 수원시정연구원의 노고를 치하한다. 역사의 큰 줄기는 이렇게 개인·지역사로부터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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