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하고 시끌벅적한 비정상적 시장을 흔히 ‘도떼기시장’ 이라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매우 북적거리는 곳을 뜻하기도 한다. 국어사전엔 더 세밀하게 표현돼 있다.

‘상품, 중고품, 고물 따위 여러 종류의 물건을 도.산매ㆍ방매ㆍ비밀 거래하는 질서가 없고 시끌벅적한 비정상적 시장’이라고.

엊그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국민의 힘을 향해  “도떼기시장이 됐다”라고 일갈했다.

그것도 국민의 힘 전·현직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당권 싸움으로 치닫는 당 내부적 갈등을 이같이 강도높게 비판 한 것이다.

그러면서 ‘도떼기’ 라는 말이 다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래서 ‘도떼기시장’의 정확한 표기법과 어원이 궁금해 찾아보았다.

우선 도떼기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표준어로 '물건을 합쳐 흥정하거나 물건을 한꺼번에 여러 죽씩 팔아넘기는 것''도매로 떼는 것' 등 두가지다.

또 명사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여러 종류의 물건을 시끄럽고 어수선하게 사고파는 일’이라고도 한다.

‘시장’이 붙게된 어원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정설로 돼있다. 

1945년 해방 후 본국으로 철수하는 일본인들이 가재도구나 생활용품 등을 팔아 돈을 챙기기 위해 형성된 도떼기시장에서 유래됐다.

도떼기시장이란 말은 당시 시장의 규모가 큰 것은 물론 없는 물건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있는 물건을 다 흥정하는 도거리 시장, 혹은 도거리로 떼어 흥정한다는 뜻에서 그렇게 불렀다고 전해진다.
 
한국전쟁 중 부산국제시장은 우리나라 대표 도떼기시장이었다.

그 후도 마찬가지였지만. 국제시장은 당시 각지의 피란민이 모이고 미군 구호품과 군용품이 유통되던 장터였다.

거기에 입에 풀칠이 급했던 이북 피난민까지 몰려들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입고 있던 겉옷부터 구호물품까지 돈 되는 건 뭐든지 팔았다.

그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이북 피란민들이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결사적으로 덤벼야 했다.

국제시장을 도떼기시장이라 부른 이유 중 하나다.

이 같은 어원과 뜻을 볼 때  진 교수의 쓴 소리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론을 띄우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부정하려다 젊은 여론의 역풍을 맞았고 내부는 리더십 부재가 역력한 국민의 힘을 보면 더욱 도떼기시장이 오버랩되니 말이다.

하지만 더불어 민주당을 들여다봐도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어제 새 당대표가 선출됐지만 선거기간 내내 쇄신과 정책경쟁보다는 상호 비방이 가열되면서 당원 간 세(勢) 싸움의 산물 ‘문자폭탄’ 논란만 남아서 그렇다.

아무튼 우리 정치판이 어쩌다 도떼기시장 소리를 듣게 됐는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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