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불기 2565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모이지는 못하지만 전국 사찰에서는 봉축법요식이 거행되고 서울에서는 소규모 인원이 참여하고 행진거리도 축소된 연등 행렬도 열린다.

법요식이 종파마다 사찰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조계종의 경우 도량결계(道場結界)로 시작한다. 법회 자리를 깨끗이 하는 의식이다. 육법공양(六法供養:여섯 가지 공양물을 부처님께 올리는 의식), 명고·명종(鳴鼓·鳴鐘:중생의 어리석음을 깨치기 위해 북과 종을 울리는 의식) 순으로 진행된다. 삼귀의례(三歸依禮: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이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승가에 귀의를 약속하는 의식), 반야심경 봉독, 관불(灌佛:번뇌와 탐욕을 씻겨내는 의식) 등이 이어진다.

전기한 것처럼 올해는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못한다. 수원시내와 인근 사찰에서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소수의 인원 참여를 권하고 있다.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는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축제일로 즐긴다. 이처럼 부처님 오신 날도 특정 종교 기념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1975년 1월 27일 대통령령으로 국가 공휴일로 지정돼 온 국민이 즐기는 축제가 됐다.

연등행렬은 부처님 오신 날 행사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불교 신자가 아닌 국민들도 연도에 늘어서 대규모 연등행렬을 감상하며 축제를 즐긴다. 연등회는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올해는 이를 기념하는 대규모 연등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대폭 축소돼 열린다니 안타깝다.

이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지금도 갈등과 대립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봉축사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는 오늘도 세계적으로 갈등과 대립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고 전제한 후 “그중에서 오랜 불교전통을 유지해 온 미얀마 사태는 우리 마음을 매우 아프게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어디 그뿐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로 죄 없는 어린아이들까지 목숨을 잃고 있다.

멀리 갈 것까지도 없다. 남북정상과 북미정상이 잇따라 만나면서 훈풍이 불었던 남북 관계도 냉각됐다. 빈부간, 노소간, 지역 간의 갈등도 심각하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 온 겨레에, 온 세상에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의 대광명이 충만해져서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길, 갈등과 대립, 미움과 분노, 사람이 사람을 해하는 무명(無明)의 어리석음이 사라지길 진심으로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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