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 2일 우리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는 내용이 알려진 것이다.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자긍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덧붙인 설명도 국민들의 긍지를 높혔다.

UNCTAD가 1964년 설립된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것은 설립 57년 만에 한국이 처음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웅크테드’ 창립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잘살아보세’를 외치며 오매불망 선진국 진입을  꿈꿔온 한국으로선 ‘낭보중 낭보’가 아닐 수 없다. 

UNCTAD는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고 남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된 국제연합(UN) 직속 기구의 하나다.

1964년 당시 경제선진국 이해 관계로 만들어진 ‘세계무역기구’ 즉 GATT에 대응키 위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국가대표가 모여 설립한 새로운 무역기구다. 현재 회원국은 193개국이다.

회원국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지역적 비공식 그룹으로 A그룹(아시아 및 아프리카), B그룹(선진국), C그룹(라틴아메리카), D그룹(공산국), 기타가 있어 그룹 내의 의견을 조정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제68차 무역개발이사회 마지막 날 회의에서 A그룹에서 B그룹으로 승격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공식 합류했음을 대내외에 인정받았다. 더사 말해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소위 선진국이라 일컫는 31개국과 어깨를 같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세계 통계로 보면 한국은 더욱 객관적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됐다.

이번의 무역에 관한 수치말고도 나라별 국내총생산(GDP) 순위를 보면 더욱 실감난다.

한국은 세계에서 9~10위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우리의 경제 규모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세계 10위 규모로 재도약했다.

이는 2019년(12위)보다 두 계단 상승한 순위다. 2018년 이후 2년 만에 세계 10위를 탈환하는 셈이다.

미국 중국 브라질 인도 캐나다 등 10위권내 대부분 나라들의 국토 면적이 우리보다 30배에서 50배 정도 큰 나라임을 감안하면 ‘경이’ 그 자체다. 

특히 근대시대 약소국을 침략한 제국주의국가 즉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상불가’다.

하지만 선진국 진입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사실이 있다. 성장 뒤에 드리운 ‘그늘’ 때문이다.  한국의 세계 순위 중 어두운 면이 유독 많다. 우선 자살률과 고령화 속도, 노인 빈곤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연간 근로시간이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다는 사실도 숨은 그늘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국가행복지수는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가장 최근 조사를 보면 한국의 국가행복지수는 OECD 38개국 중 35위로 최하위권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발표 국가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5점이다.

이는 전체 조사 대상 149개국 중 6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 뿐인가, 삶의 질 지수는 세계 42위, 남아공과 루마니아보다 낮다. 4년 전보다 20계단 떨어졌다.

거기에 한국의 빈곤율은 14%다. OECD 평균 12%보다 높은데 한국에선 유독 노인들에게 빈곤이 집중된다. 65세 이상 인구의 빈곤율이 48.8%에 달한다. 노인 두명중 한 사람은 빈곤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자살율은 29명이나 된다. OECD 평균은 12명에 두배도 넘는다. 40분마다 1명, 하루 36명이 생명의 끈을 놓는다는 조사도 있다. 특히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생명 경시 풍조만연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처럼 국가 행복지수는 후진국 수준인 대한민국.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소식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반갑게 웃을 수 만은 없는 이유를 이번 여야 대선 주자들은 알고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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