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동네아우는 수원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한다. 젊었을 때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고 ‘풀 종류’만 먹었던 나지만 나이가 들고 몸무게가 빠지면서 가족과 주위의 권유로 자주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우네는 돼지 뒷고기를 판다.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싫어하는 나도 이 집 고기만큼은 큰 거부감 없이 곧잘 먹는다. 최소 한 달에 한번은 친구들과 이 집에 갔다.

그 아우가 가게를 임시 폐업했다. 코로나19 방역이 4단계로 높아지고 오후 6시 이후엔 일행이 2명으로 제한된다고 하자 아예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가게 세 내고, 종업원 월급 줘야 하고, 대출금 갚아야 하고... 내 손해야 막심하지만 모두를 위해서 국가 방역시책에 따라야지요. 어떻게 해요. 나만 어려운 것도 아닌데...”

그저 어깨를 두드려줄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19거리두기 4단계 이후 한산한 거리 풍경. (사진=수원시포토뱅크 김기수)
코로나19거리두기 4단계 이후 한산한 거리 풍경. (사진=수원시포토뱅크 김기수)

광교산에 다녀오거나 화성산책을 끝내고 목을 축이러 자주 가는 나의 아지트 같은 생맥주집도 '여름휴가'라는 종이를 써 붙였다. 그러나 주인내외를 잘 아는 나는 휴가를 위해 문을 닫은 게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어차피 장사도 안 되는 거, 그냥 쉬기로 한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시기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북한식으로 말하자면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예비부부들도 혼인식을 미루는 경우가 흔하다. 그나마 하객도 49명까지만 제한하고 있어 원하지 않는 작은 혼인식을 해야 한다.

인원 제한으로 인한 종교계의 불만도 컸다. 그동안 종교시설은 일괄적으로 19명 상한선을 적용받았다.

지난 6일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 종교시설 대면활동을 최대 99명까지 허용하는 새로운 수칙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9일부터는 수용인원 100명 이하 시설은 10명, 수용인원 101명 이상 시설은 99명 범위에서 10%까지 대면활동을 해도 된다.

방역당국의 거리두기 체계 변경 발표 직후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논평을 냈다. “이제라도 4단계에서 1000석 이하는 10%까지 모일 수 있게 돼 의미가 있다”고.

그러자 여기저기서 불평이 터져 나오고 있다. SNS에서는 “우리도 디오니소스 신을 믿는 종교를 창시하자”는 글이 게시됐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으로써, 주신(酒神)을 모시고 음주를 종교활동으로 하는 종교를 만들면 99명까지 모여 술을 마실 수 있지 않겠느냐는 풍자다.

‘결혼식을 콘서트장에서 하면 괜찮습니까?’라는 글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랐다. “지침에 따르면 교회는 99명, 콘서트는 2000명까지 되는데 결혼식 인원제한은 그대로(49명)”인 것에 대한 불만이다.

쓴 웃음을 짓게 하지만 한편으로 공감이 되는 주장들이다. “정부가 자영업자 희생만 강요한다”는 자영업자들의 분노를 정부와 종교계가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특히 종교시설에서의 감염이 심각했던 만큼, 더더욱 조심해야 하지만 거리두기 4단계 시행 후에도 일부 종교시설에서 대면 활동을 강행하고 있다.

이로 인한 감염도 확산되고 있다. 대구 M교회는 수성구와 달서구·동구, 경북 안동시 등 4개 교회가 ‘자매교회’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데 10일 0시 현재 이 교회의 누적 확진자는 대구에서만 172명으로 늘었다.

이 교회 신도들은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주말마다 모여 예배와 집회를 했고, 식사를 함께한 일도 있단다. 교역자모임, 청년모임, 악기, 풋살 등 교회 내 여러 종류의 소모임 활동도 자주 있었다는 것이다.

충남 태안군의 한 교회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해 군 당국이 폐쇄조치했다.

전광훈이란 사람이 이끄는 서울 사랑제일교회라는 곳은 8.15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왜들 이렇게 이기적인가?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무색하다.

‘코로나 블루’로 모두가 지쳐 있다. 심각한 경제적 고통도 동반하고 있다.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종교의 역할도 중요하다. 마음으로나마 기댈 언덕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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