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주년 광복절인 15일 밤 봉오동·청산리 전투의 독립군 영웅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서울에서 5000km 떨어진 이역만리 타향 카자흐스탄에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홍범도 장군이 1943년 서거했으니 78년 만의 일이다. 장군의 유해는 이틀간의 국민 추모 기간을 거쳐 18일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국에서 영면하시게 돼 다행이다. 이토오 히로부미를 처단하고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안중근 의사와 옥중에서도 만세를 부른 유관순 열사의 유해도 찾아내 국립묘지에 모시면 좋으련만 안타깝다.

아울러 국립묘지에 묻힌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파묘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지난 2008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에 묻혀있는 반민족행위자가 모두 11명이라고 발표했다. 독립운동가를 잡아다 고문해 악명이 높았던 일제 고등경찰 노덕술은 서울현충원에, 일본 관동군 헌병 출신으로서 항일독립투사들을 잡아들이는 데 앞장섰던 김창룡은 대전현충원에 안장돼있다.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애국선열들이 탄식과 분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제라도 결단을 내려야 할 일이다.

‘토착왜구’라는 부류도 눈에 띈다. 1910년 대한매일신보에는 ‘토왜천지(土倭天地)’라는 글이 실렸는데 ‘얼굴은 한국인이나 창자는 왜놈인 도깨비 같은 자, 나라를 좀먹고 백성을 병들게 하는 인종’을 ‘토왜’로 규정했다. 일본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역사 왜곡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연행했다는 것은 완전히 거짓말이고 근거가 없다는 일본 극우세력의 주장을 옹호하는 한국인들을 ‘토착왜구’라고 부르고 있다.

몇 년 전 충북지역의 어떤 군수는 이장단 워크숍에서 “한·일 협정 때 일본이 준 돈으로 한국이 발전”했고 “중국, 필리핀도 위안부로 끌려갔지만 보상금을 받은 것은 한국뿐”이란 망언을 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어떤 학자들은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통해 일제강점기 징용과 위안부 강제성을 부정하고 독도가 한국 영토인 학술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대한민국을 하나님이 어떻게 처리하겠느냐”는 목사도 있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 안에는 여전히 친일잔재가 살아있다. 일본의 식민지배 논리를 정당화하는 일부 인사들의 언행이 우려스러운 것은 독버섯처럼 고개를 내미는 이들의 주장에 세뇌돼 고개를 끄덕이는 일부 국민도 있기 때문이다. 일제 치하에서 해방이 된 지 76년이나 흘렀어도 청산되지 않은 친일 잔재, 애국선열들에게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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