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남양성모성지, 그곳에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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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광교칼럼] 남양성모성지, 그곳에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 김우영 논설위원
  • 승인 2021.09.1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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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논설위원 / 시인
남양성모 성지 숲속 십자가의 길. (사진=김우영 필자)
남양성모 성지 숲속 십자가의 길. (사진=김우영 필자)

국내 유일 성모성지인 ‘남양성모성지’가 경기관광공사 공모 ‘2021 경기도 유니크 베뉴’에 선정됐다고 한다. 유니크 베뉴란 전통적인 회의시설이 아닌 행사 개최 도시의 독특한 정취와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화성시 남양읍 남양리 1704번지엔 남양성모성지가 있다. 나는 1990년대 초반 처음으로 그곳을 방문했다.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다.

당시는 지금과 같은 경관이 완성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래도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비록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올해 여름에도 다녀왔다.

나의 여행지에는 대부분 산중 사찰이 한곳쯤 포함돼 있다. 불자가 아니지만 산속 절집이 주는 그윽함과 주변경치가 잡스런 생각들을 놓아주기 때문이다.

참 이상도 하지. 이곳에서 깊은 산 중 한가한 절집 마당에 선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다니. 더군다나 이곳은 병인년(1866년) 천주교 대박해 때 많은 순교자들이 고통을 받다 죽어간 사형장인데.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들은 죽어가면서도 인간과 세상에 대한 원한이나 분노 없이 찬미의 노래를 부르거나 기도를 올렸다. 구원에 대한 확실한 신념 속에서 이 세상살이를 마치고 ‘그 분’의 곁으로 갔다.

그래서 이곳은 원한이 맺힌 처형장이 아니라 신앙의 신비가 일어난 성지가 된 것이다.

‘치명일기(致命日記)’와 ‘증언록’에 기록이 전해지는 순교자는 김 필립보(1818~1868), 박 마리아(1818~1868), 정 필립보(?~1867), 김홍서 토마(1830~1868) 등이 있다. 이밖에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는 순교자들의 숫자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그때 내가 천주교 신자였더라면 이들처럼 갖은 악형을 당하다가 목이 졸리거나 베어져 죽음을 당하면서도 배교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자신이 없다.

이곳 남양성지 치명자 중 김 필립보와 아내 박 마리아는 1868년 남양 감영 포졸에게 붙잡혀 남양으로 끌려왔다. 부부는 온갖 형벌에도 배교치 않았으며 한 달 동안의 옥고 끝에 교수형으로 순교했다. 동갑내기 부부의 당시 나이는 50세였다.

정 필립보는 1866년 11월 남양 감영의 포졸에게 붙잡혀 가혹한 형벌에도 굴하지 않고 다음 해 1867년 1월에 교수형으로 순교했으며, 김홍서 토마는 1868년 끝내 배교치 않고 김 필립보 부부와 함께 교수형으로 순교했다.

남양성지 자료에 따르면 이곳은 다른 순교지와는 달리 무명 순교자들의 치명터였다고 한다. 따라서 오랜 세월 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오다가, 1983년부터 성역화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상각신부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남양 순교지는 1991년 10월 7일 한국 천주교회 사상 처음으로 성모 순례지로 공식 선포되었다.

남양 성모성지는 천주교인이 아니더라도 힐링하기 참 좋은 곳이다. (사진=김우영 필자)
남양 성모성지는 천주교인이 아니더라도 힐링하기 참 좋은 곳이다. (사진=김우영 필자)

1989년 8월 남양성당에 부임한 이 신부는 지난 부임 직후 순교자들이 마지막으로 바친 절실한 기도가 스며있는 성모성지 조성사업에 전력을 다했다. 순교터만 남아있던 성지 주변 땅을 매입, 직접 조경까지 했다.

이 결과 남양성지는 천주교 신자 뿐 아니라 주민의 힐링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전국에서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와 편안하게 쉬면서 마음을 정화하고 돌아간다. 화성시에서도 이곳을 화성8경 중의 하나로 지정하여 홍보하고 있다.

남양성지의 상징은 화강암으로 만든 대형묵주알, 그리스도왕상, 성모동굴, 오솔길 소자상, 요셉성인상 등이 있다. 성지 내에 조성된 십자가의 길, 숲길은 반드시 걸어보시라.

특히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보타가 설계한 ‘남양 성모마리아 대성당’은 새로운 상징물이 됐다. 마리오보타는 13번이나 설계를 변경할 만큼 대성당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대성당은 연면적 4958㎡(2층, 상징조형기둥 18m 2개) 규모로서 1층은 지역주민들이 문화ㆍ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소강당(370석 규모), 2층은 미사가 진행되는 성당(1400석 규모)이다.

대성당 안은 유리, 벽돌, 나무 등 원자재가 그대로 자연스럽게 어울려 따로 인테리어를 하지 않아도 공간 자체가 아름답도록 꾸며졌다.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보타가 설계한 ‘남양 성모마리아 대성당’. (사진=김우영 필자)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보타가 설계한 ‘남양 성모마리아 대성당’. (사진=김우영 필자)

이와 함께 건축과 예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페터 춤토르의 티채플이 건축되고 있어, 앞으로 세계적인 종교 명소로 재탄생할 것이 분명하다.

남양성모성지는 연중 개방돼 있으며 무료입장할 수 있다. 단 애완동물은 집에 두고 오실 것, 성지인만큼 동반 입장이 불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