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사람이 없는 축제라니...내년엔 모두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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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광교칼럼] 사람이 없는 축제라니...내년엔 모두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 김우영 논설위원
  • 승인 2021.10.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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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논설위원 / 시인

‘수원화성문화제’는 1964년 서울에서 수원으로 이전한 경기도청 청사 신축 기공식날인 10월 15일을 경축하기 위한 행사였다. 당시의 행사 명칭은 ‘화홍문화제(華虹文化祭)’였다.

수원화성 축성 200주년인 1996년 제33회 화홍문화제부터 10월 10일 전후로 행사 기간을 변경했다. 이날은 수원화성 준공일인 9월 10일(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다.

축제 이름을 ‘수원화성문화제’로 변경한 것은 1999년부터다. 1997년 12월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후 문화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됐다. ‘화홍’은 수원화성 성곽 시설의 한 부분으로써 ‘화성’으로 변경해야 마땅하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화성문화제’로 하면 이웃 화성시에서 개최하는 축제라는 오해가 생길 수 있어 ‘수원’ 지명을 앞에 붙였다.

수원화성문화제의 하이라이트는 ‘정조대왕 능행차’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1976년 제13회 화홍문화제 때부터 복원·재현되기 시작했다. 물론 그전에도 가장행렬 수준의 약식퍼레이드를 펼친 적이 있지만 제대로 된 고증을 통해 선보인 것은 이 해가 처음이다.

정조대왕 능행차 복원과 재현에 가장 앞장섰던 사람은 이홍구 선생이다. 수원북중학교 시절 필자의 담임교사이기도 했다. 필자의 시가 처음으로 활자화된 것도 중학교 3학년 때 교지를 담당하고 있던 선생이 채택해주셨기 때문이다.

선생은 당시 이재덕 수원시장, 안익승 예총지부장, KBS 이서구 극작가와 모임을 갖고 논의 끝에 능행차의 핵심 부분을 재현하기로 했다. 처음엔 8개 고교 교장단의 추첨을 통해 수원고, 수원농고, 매향여상고, 유신고에서 학교당 60명 씩 240명이 참가하기로 했지만 나중엔 수성고등학교 학생들이 정조대왕 능행차 연시를 도맡아서 했다.

다음은 사단법인 화성연구회 한정규 회원이 채록한 이홍구 선생의 증언.

“1976년 제13회 화홍문화제(현 수원화성문화제) 행사를 계획하고 추진하게 된 수원시 공보실에서는 수원시내 각급 기관장 회의석상에서 매년 실시되는 화홍문화제가 잡다한 가장행렬과 시민들의 의례적인 놀이로 끝나는 것이 문제라는 건의와 함께 이 지역의 특성과 전통적 의미를 갖는 문화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논의를 거듭하게 됐다. 수원에 특색 있는 전통적 문화행사 정착을 위해 여러 학교 교장 단에서는 당시 13대 수원시장(이재덕)에게 건의했고 이를 담당할 지도자로 수년간 학교에서 연극을 맡아 지도하여 공연한 바 있는 나를 추천하게 됐다.”

나도 2017년 11월 10일, 수원시정연구원에서 주관하는 제12회 수원학 포럼에서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에 얽힌 얘기를 선생으로부터 상세하게 들은 바 있다.

그리고 심재덕 시장 시절인 1996년 수원화성 축성 200주년 기념 수원화성문화제 때부터 수천 명의 인원과 수백 필의 말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규모로 확대됐다.

지난 2002년 수원화성문화제에 장용영 군사로 참여했던 필자.
지난 2002년 수원화성문화제에 장용영 군사로 참여했던 필자.

2016년부터는 앞에서 밝힌 대로 서울 등 그 옛날 행차 길을 거치는 온전한 능행차로 거듭났다.

수원화성문화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2019 문화관광축제'에서 우수 축제로 선정되는 등 축제 콘텐츠가 풍부하고 방문객이 수십만 명에 이르는 대표 축제로 성장했다.

정조대왕 능행차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동재되고 세계 최고 축제의 반열에 오를 날을 기다린다.

그런데 지난 2019년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행사가 대폭 축소됐다. 행사의 백미인 정조대왕 능행차는 경기도와 수원시 구간이 전면 취소됐고 개막공연과 음식축제도 열지 못했다.

2020년 제57회 수원화성문화제는 코로나19로 취소됐다.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은 2021년 4월 24~25일로 연기했지만 그조차 열리지 못했다.

올해도 ‘제58회 수원화성문화제’와 ‘2021 정조대왕 능행차’를 정상적인 행사가 아닌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8일엔 역사학자, 심리학자와 함께 정조가 했던 업적들과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분석하고 토론하는 ‘이야기콘서트 정조실감’을 수원문화재단 유튜브(youtube.com/c/수원문화재단 유튜브)를 통해 선보인다. 랜선투어 프로그램 ‘의궤탐구생활’, 수원의 역사·문화와 관련된 옛이야기를 창작 인형극으로 보는 ‘도란도란 설화보따리’ 등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

의궤 속 궁중요리 ‘방구석 수라간’과 정조대왕의 이야기를 담은 점토 공예 키트 ‘정조대왕의 ‘2021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은 9일부터 11월 7일까지 30일간 온라인으로 운영한다.

안타깝다. 축제의 즐거움 중 하나는 사람구경인데 사람이 없는 축제라니. 참 쓸쓸하다.

내년엔 북적거리는 인파 속의 한명이 되어 정조대왕 능행차와 야조(夜操)를 구경할 수 있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