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에 대해 감시하고 감독하는 공적 활동이다.

하지만 내용면에서 법률이 정한대로 감사가 진행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도 국민의 대변자라는 국회의원들의 양심과 소양에 따라 불편부당하게 진행된다면 말이다.

아쉽게도 우리의 국정감사는 그렇지 못하다.

그동안 ‘국정감사권’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사례가 부지기수며 ‘감사’라는 칼날이 무뎌졌던 경우가 수없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당리당략은 물론 국회의원 개인의 호불호나 이해득실 여부에 따라 국감 자체가  파행을 맞거나 망친 경우도 허다하다.

더불어 등장한 것이 국감장 전문용어(?)들이다. ‘호통질의’는 고전이 됐고, 증인 등에 대한 ‘망신주기’ ‘인격모독’ ‘손봐주기’ ‘윽박지르기’ ‘한건주의’‘폭로주의’ 등등.

그런가 하면 ‘개인의 사생활’이나 ‘신앙’과 같이 순수한 사적사항까지 털어내는 ‘까발리기’도 국감에서만 통용되는 단어로 고착된지 오래됐다.

국감은 4공화국때 부패와 관계기관의 사무진행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삭제됐다가 1987년 제6공화국들어 극적으로 부활했고 4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때문에 국감만 열리면 기간 내내 단골 어휘로 언론 기사를 장식한다.

물론 300명 국회의원이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굵직한 비리와 정책 실패를 파헤친 소신있는 국회의원도 수없이 배출했고 개중에는 걸출한 국감스타도 여럿 나왔다.

문제는 이러한 소신파보다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스스로가 실력이 있다고 외치는 의원이 더 많다는 것이다.

또 이것저것 국민의 호기심만 자극하는 비밀을 폭로함으로써 존재감을 과시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대부분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흘리며 자신의 가치를 높여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한 얄팍한 정치전술을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서로 신문, 방송을 인식해 ‘아니 말고식’ 폭로를 일삼고 산더미 같은 자료를 요청해 놓고 정작 국감장에선 질문 한번 안하는 의원들도 수두룩 하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행태는 국감을 통해 오히려 자질과 품격을 시험 당하게 하는 순기능도 불러오지만 역시 실망하는 쪽은 국민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해온 국정감사 현장엔 그 증거가 차고 넘친다. 어느 국정감사건 여·야가 서로 편이 갈려 욕설과 고함, 저질 막말을 쏟아내지 않은 때가 없어서다.

거기에 피감기관장 등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들 또한 질의 의원들과 다를바 없는 ‘건성 태도’로  일관하는 것도 국감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요 요인이다.

그래서 ‘알아보겠다’ ‘잘 모르겠다’ ‘검토하겠다’ ‘시정하겠다’는 앵무새 답변이나 즉답을 교묘히 피해나가는 미꾸라지 답변들도 국감 '전문용어'로 등재된지 오래다.

질문자나 답변자나 사정이 이러하니 국감이 비리와 잘못된 정책을 제대로 규명할리 만무다.

2021년 경기도 국감이 오늘(18일)과 모레(20일) 도청에서 열린다.

대선후보가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겨냥한 야권의 ‘창’과 이를 방어하려는 여권의 ‘방패’가 불꽃 튀기는 격전(激戰)의 장이 될 이번 국감에선 또 어떤 국민 실망용 ‘전문용어’들이 난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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