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을 ’가을의 속도‘라 부른다.

물론 기온이 낮은 곳으로부터 나뭇잎새가  변색되는 시간을 표현한 것이지만, 그 속도가 만만치 않음도 사실이다. 산 정상에서 아래쪽으로 하루에 35m정도 간다고 하니 말이다.

기상청은 이를 바탕으로 유추해 북에서 남으로 하루에 약 20㎞ 정도 단풍이 물들어 이동한다고 밝힌바도 있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봄꽃 소식은 남에서 북으로 하루 30㎞ 속도로 올라오는 것을 감안하면 단풍소식은 이보다 약간 느리긴 하지만 역시 무시 못하는 속도다.

가속기를 밟기 시작한 단풍이 산 정상부터 전체면적의 20% 가량을 덮었을 때 단풍철의 시작점이라 한다. 그리고 약 80%정도 물들었을 때를 절정기로 친다.

우리나라 단풍은 보통 9월 말께 설악산 정상에서 시작돼 오대산 치악산을 거쳐 지리산 소백산 월악산 등으로 번져간다.

그리고 11월 내장산 주왕산 월출산까지 남하하면서 사라진다. 기간은 약 90일 정도다.

옛 사람들은 이처럼 가을 단풍이  90일동안 머문다고 해서 ‘구추단풍(九秋丹楓)’이라 불렀다.

조선후기 학자 이천상은 관동록(關東錄)에서 구추단풍을 이렇게 읊었다.

‘처처상림금수신(處處霜林錦繡新/곳곳에 단풍숲 금수인냥 새로우니), 구추홍엽승화진(九秋紅葉勝花辰/구월의 단풍잎이 꽃피는 봄철보다 낫구나)’

단풍이 강산에 주는 흥취가 꽃보다 좋다는 표현, 아마도 우릴 황홀케 하는 ‘불타는‘ 단풍잎들 덕분 아닌가 싶다.

단풍의 속도엔 철학과 지혜도 담겨 있다. 

일엽지추(一葉知秋), 나뭇잎 하나를 보고 가을이 영긂을 안다고 해서다.

터득의 미학인지 몰라도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봄철엔 모든 이가 시인이 되고 가을에는 철학가가 된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떨어지는 단풍잎을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 하며 희생의 본보기기로 여겼다. 단풍 잎은 나무의 뿌리를 덮어 추위를 막아주고 썩어서 거름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 때문이다.

단풍이 물드는 요즘, 주변의 만산홍엽(滿山紅葉)을 보며 눈으론 즐거움을, 가슴으론 다음을 준비하는 나무의 지혜를 다시금 배워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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