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이미 고전이 됐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오면 여전히 아쉽다.

‘달력실종’ 다들 짐작할 수 있는 몇몇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요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젊은이들은 벽에 걸린 달력이 굳이 왜 필요한지 반문할 정도니 설명도 필요 없다.

중·장년층 역시 달력에 대한 무관심은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스케줄을 스마트폰에 담아 놓는 게 일상이다 보니 탁상용 소형 달력이라면 모를까, 벽에 거는 커다란 달력은 이미 시야 밖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업들도 오래 전부터 일부러 큰 돈 들여 대량으로 달력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기업 홍보수단이 워낙 다양해진 탓도 있지만 달력을 찬밥 취급하는 ‘시류’를 외면 못하는 덕분(?)이다.

사실 연말 홍보용 ‘달력배포’는 한국 특유의 풍습 아닌 풍습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에서는 아예 찾아 볼 수 없고, 중국, 일본은 탁상용 달력을 찍는 경우는 있지만 대형 걸이 달력을 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회학자들은 우리의 이런 풍습을 조선 후기 동짓날 풍속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에는 동짓날 풍속으로 ‘임금이 모든 관원에게 황색 표지의 황장력(黃粧曆)과 흰색의 백장력(白粧曆)을 반포한다’고 쓰여 있다.

당시에는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기고 이날 달력을 나눠 줬는데 여기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는 것.

아무튼 점점 귀해지는 달력, 더불어 서로 나누는 미덕 또한 사라지는 현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 달력에게 끈질긴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다고 화제다.

개인이나 가족, 자치단체들의 계도용 달력을 주문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소량 다품종 생산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그런가 하면 일부 기업체들의 소외계층 및 장애인용 달력 제작도 늘어나고 있다. 달력 제작을 통한 기부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한화그룹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달력 4만 부를 제작해 300여 기관과 단체, 개인에게 나눠주고 있는가 하면 모 건설회사는 자신들이 지은 9만여 세대 임대아파트 입주민에게 새해 맞춤 달력을 선사해 훈훈함을 전하기도 했다.

몇 년전 등장한 ‘몸짱 소방관’ 달력을 시작으로 경찰 군인 등 각 분야 소속원이 참여하는 특색 달력은 종류를 헤이리기 어려울 정도며 판매를 통한 수익금 기부 또한 보편화됐다.

한때 달력은 ‘날짜 확인’이라는 평면 정보를 주는 데 그쳤다.

이제는 의미와 재미를 아우르는 입체형 캐릭터로 되살아나고 있는 달력.

비록 귀하신 몸이 됐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담겨 있다”라는 진리만큼은 변함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새삼 내년 달력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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