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명맥만 유지해오고 있는 우리의 세시풍속마저 사라지게 하고 있다.

올해도 전국의 대보름 행사가 대부분 취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1년 중 가장 둥글다는 보름달은 여전히 우리 맘 속에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이를 마중물 하듯 재래시장과 마트 곳곳엔 대보름 절식재료인 오곡(五穀)과 진채(陣菜)가 손님을 반기고 있다.

예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세시 행사는 1년 중 모두 192건에 달한다.

이 중 정월에 열리는 것이 102건이고, 이 가운데 55건이 대보름날과 관계된 행사다.

대부분 서민들의 공동체 결속을 다지는 놀이들이다.

설날이 가족 중심의 모임이라면 정월 보름날은 마을공동체의 단결과 번영을 위한 축제였던 것이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새길 만한 교훈도 담고 있으나  아무튼, 시간이 갈수록 시들해지고 명맥만 유지하는 세시풍속으로 전락해 아쉽다.

이날 만들어 먹는 음식들도 특별했다.

선조들은 대보름을 ‘가장 큰 보름’ 즉 상원(上元) 혹은 원소(元宵)라 부르며 원소병(元宵餠)을 만들어 먹었다.

찹쌀가루를 새알처럼 색색으로 반죽하여 삶아 오미자 국물이나 꿀물에 띄워 차게 마시며 둥근달을 향해 소원을 빌며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오곡잡반(五穀雜飯) 즉  찹쌀, 조, 수수, 팥, 콩을 넣어 지은 ‘오곡밥’ 찹쌀, 팥, 밤, 대추, 곶감 등을 섞어 만든 ‘약밥’도 대보름별식이다.

오곡백과(五穀百果)의 개념을 활용한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그런가 하면 진채(陣菜)도 빼 놓을 수 없다.

지난 가을에 준비해 두었던 호박고지·박고지·말린가지·말린버섯·고사리·고비·도라지·시래기·고구마순 등 9가지 묵은 나물이 그것이다.

이를 손질해서 삶거나 기름에 볶아 오곡밥과 먹으며 한해의 풍요를 빌었다.

거기에 땅콩이나 잣, 호두, 밤 등 부럼을 자기 나이 수대로 깨물며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건강을 기원했다.

성인병 예방의 첨병이라는 잡곡밥과 견과류.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건강식품 나물.

절식을 통해 겨울철 영양을 보충하고 건강도 챙긴 선조들의 섭생 지혜가 다시 한 번 놀랍다.

그러나 대보름하면 뭐니 뭐니 해도  ‘영월(迎月)’혹은 ‘망월(望月)’이 아닌가 싶다.

매년 빌어온 소원이지만 올해 보름날(15일)도 빌어본다.

"달아 달아 어서 빨리 일상회복을 이루게 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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