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코로나19 대응 일선에서 근무하던 부산시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이한나 씨(33)가 불행한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간호사는 한 달에 100 시간이 넘는 ‘시간외 근무’를 했다고 한다. 숨진 공무원은 평소 코로나19 대응 근무로 인한 격무의 어려움을 호소했고, 이로 인해 우울 증세를 보였다. 인사혁신처는 고인의 죽음을 공무상 사망에 따른 순직으로 인정했다. 이 사건으로 코로나 대응 일선 의료진의 피로 누적과 처우 문제가 불거졌지만 지금도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경기도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지난 1월 18일부터 26일까지 도내 보건소 인력 5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도 코로나19 심리방역을 위한 인식조사’ 결과는 보건소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응답자 72.9%는 현재 보건소 인력 규모로 국내 코로나19 장기화 대응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가능하다’는 응답은 8.9%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이 호소하고 있는 어려움은 ▲객관적인 업무량이 많다(86.8%) ▲시간 압박이 심하다(84.5%) ▲업무 내용의 잦은 변화로 불확실성이 크다(83.6%) ▲시간 외 요소로 인한 압박이 심하다(82.8%) 등이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응답자의 절반이 ‘즉각 도움이 필요한 고도 스트레스 상태’란 것이다. 즉각 도움이 필요한 ‘심각한 울분’ 상태는 37%나 됐다. 악성민원도 심각한 울분을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스트레스에 대한 재난심리 대응·지지’는 불충분(응답 79.9%)했다. 과다한 업무량, 장시간 근무, 잦은 업무 변화, 악성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보건소 공무원들의 호소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코로나19 대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하다. 뿐만 아니라 제2의 이한나 씨가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순환근무 주기 체계 등이 정립돼야 하며, 신체․정신 건강 영향 대응안이 마련돼야 한다. 적절한 휴식 시간이 보장돼야 하고, 추가근무에 대한 적정한 인센티브 체계도 확립돼야 한다. 전담 인력을 육성하는 것도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다.

경기도 관계자도 코로나19 대응 요원이 장기간 격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정신건강상태가 상당히 나빠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진자가 무서운 속도로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소 직원들의 업무량은 더 늘어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인력확충이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