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을 선거판에선 ‘깜깜이 선거기간’이라 부른다.

유권자들은 이 기간 동안  굵직한 변수가 발생해도 여론의 향배를 알 수 없다.

각 진영도 마찬가지다.

정보를 많이 얻어야 할 시점에 오히려 정보가 차단되니 선택의 폭도 그많큼 줄어든다.

특히 부동층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예측을 뒤엎는 많은 선거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래서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이 있는 선거가 드라마틱하다는 말도 나왔다.

역대 대선중 1992년과  2002년 선거가 여기에 속한다.

김영삼·김대중·정주영 후보가 격돌했던 1992년 대통령선거때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인 12월 11일 일명 ‘우리가 남이가’ 라는 초원 복국집 사건이 터졌다.

지역 감정을 부추겼다며 많은 사람들이 당시 약세었던 김영삼 후보가 불리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결과는 역전이었다.

오히려 민자당 지지층을 결속시켜 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2년 대선도 시기만 다를 뿐 비슷한 양상이었다.

선거 하루전,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파기했다.

당시 노무현 후보가 곤경에 빠질 것 같았으나 오히려 노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모두가 여론조사를 통한 판세분석이 어려운 시기에 일어난 일들이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깜깜이 선거기간’이 얼마나 역동적인 시기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들로 남아 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오늘(3일) 새벽 0시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됐다.

여야 후보들은 물론 선거 관계자들의 피를 말리는 깜깜이 선거기간은 본투표가 종료되는 시점인 9일 오후 7시 30분까지다.

이번 대선은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의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투표 시간이 1시간 30분 늘어난 게 특징이다.

여론조사 공표금지는 여론조사결과가 투표자로 하여금 승산이 있는 후보에게 가담하게 하는 밴드왜건 효과 방지 차원에서 마련됐다.

또 열세자 편을 들게 하는 '언더독 효과'를 미연에 차단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자칫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여론조사결과가 공표될 경우 국민의 진의를 왜곡할 우려가 있어서다.

거기에 선거의 공정성을 결정적으로 해칠 가능성이 높음에도 이를 반박하고 시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된 상태에서 깜깜이 선거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선거정보의 중요성이 한층 더 커지는 시기지만 사정은 ‘깜깜’이다.

국민 모두가 답답한 그런 시간이기도 하다.

이럴 때일수록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유권자들의 평정심이 절실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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