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5일은 일제의 강압통치에서 벗어난 지 77년이 되는 날이다.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 민족성마저 강제로 바꾸려고 했던 그 악독했던 지배의 흔적은 이처럼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곳곳에 남아 있다.

행정기관에서는 지금도 ‘주사’, ‘서기’ 등 일제강점기 직급명을 사용하고 있다. ‘징구’, ‘의거’ ‘만전’ ‘도래’ ‘공람’ 등 용어도 마찬가지다. 생활과 문화 속에도 일제의 잔재가 발견된다.

언어의 위력은 크다. 언어는 민족의 문화와 개인의 생각을 지배한다. 따라서 올바른 언어정책이 필요하다. 전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칭찬해 마지않는 우리말과 글 대신 외국어를 남발하는 사람들이 많다. 충분히 표현 가능한데도 굳이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기업이나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말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자고 앞장 서야 할 행정기관이 생각 없이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최근 한 지방정부의 보도자료 한 건을 예로 들어보자.

키오스크, 오프라인, 온라인, 시스템, 서비스, 모니터, 원스톱, 힐링, 테마 등 외국어가 춤을 춘다. 물론 이미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익숙한 외국어들이 대부분이다.

이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인터넷 매체 기사에 나타난 외국어를 보면 어지러울 지경이다. 마인드, 거버넌스, 인센티브, 웰컴 텀블러 데이, 이벤트, 인프라, 스마트 스테이션 , 터치, 올인원 스마트관광, 핫플레이스, 스탬프 투어, 스타일, 파트, Memory of 1795, 오디오 가이드, 피크닉 명소, 다운로드,  라이브커머스 등...

한 기사를 보니 더욱 어이가 없다. 지난해 한글날을 기념해 ‘(One)데이-한글날’이란 행사를 열었다는 것이다.이 지역 공무원들은 특별히 ‘데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

기사를 보면 홀몸노인 생신맞이 스페셜 데이, 천변 산책로에서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줍깅데이, 사랑의 국밥 데이, 시네마 데이, 맛나 데이, 밥상 데이, 당신을 위한 데이 등 동별로 ‘데이’ 경쟁을 하는 듯하다.

이와 반대로 지난 7월 수원시가 내보낸 ‘수원 신풍동에 어린이를 위한 공원 생겼다’는 보도자료를 보면 ‘CCTV’외엔 외국어가 없다. ‘꿈자람 어린이공원’이란 공원이름도 예쁘다. 골목 어귀에서 놀던 아이들이 서로의 꿈을 함께하는 놀이터라는 뜻이란다.

이처럼 외국어를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행정이 가능하다. 지금부터라도 행정기관이 앞장 서 우리말과 글을 사용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