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복지예산은 올해 200조원을 훌쩍 넘겼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211조7000억원이다.

정부 총예산이 604조원 가량이니 그중 3분의 1이 보건복지고용에 쓰이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내를 들여다 보면 대한민국 곳곳이 복지 사각지대다.

최근 수원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번에 알려진 세 모녀의 비극적인 사연은 지난 2014년 서울 송파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사건과 놀랄 만큼 닮았다.

상황도 그때로부터  8년이라는 시차가 믿기지 않을 만큼 비슷하다.

이번처럼 다세대주택 지하 1층에 거주하던 60대 여성이 두 딸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원인은 생활고였다.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허우적대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당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 혜택의 헛점이 이슈화되면서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덕분에 대책도 마련됐고 복지행정의 비효율성도 개선됐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지원 대상자의 급여 기준을 최저생계비가 아닌 상대적 빈곤 개념의 중위 소득으로 높였다. 연체와 단수 등 각종 지표를 활용해 위기 가구를 찾아내는 시각지대 발굴시스템도 도입됐다.

하지만 또 다시 판박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동안 복지사각지대를 없앤다는 명분아래 땜질식 처방을 일삼은 대한민국의 만낯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복지정책이 아무리 번듯해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소외된다면 빛 좋은 개살구나 마찬가지다.

5백여년전 영국의 사상가 도머스 모어는 자신의 저서 '유토피아'에서 이렇게 설파했다.

“훔치는 것 말고는 목숨을 부지할 방법이 없는 사람들에겐 형벌보다 최소한의 생계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낫다”

세월과 관계없이 지금도 유효한 사회구성원의 최소 소득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나라는 현대국가로서의 수치다.

아울러 시간이 흐르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복지 사각지대, 복지행정의 비효율, 빈곤 함정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가 밝은 국가라 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OECD통계상 세대별 자살율 1위라는 부끄러운 자화상을 갖고 있는데 거기에  빈곤층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까지 더해질까 걱정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복지전달 체계를 더욱 촘촘한  ‘찾아가는 복지 시스템'으로 개선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