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삶에 기대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사회는 통계적으로 혼인율과 출산율도 자연히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다.” 나풀나풀이란 블로거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공감한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혼인과 출산율이 저하되는 이유는 자기 삶에 기대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자기 삶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을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나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또다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출생아 수도 역대 최저치였다. 통계청은 24일 '2021년 출생 통계'를 발표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600명인데 1년 전보다 1만1800명(-4.3%) 감소한 것이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까지만 해도 연간 출생아 수가 100만 명 대였으나 2001년 50만 명대, 2002년 40만 명대, 2017년 30만 명대로 감소했고 2020년부터 20만 명대로 뚝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인 0.81명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0.03명(-3.4%) 감소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정현숙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분석했다. “급속한 경제성장의 이면에 있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낮은 수준의 사회보장제도, 치열한 경쟁,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어려운 근로조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가장 심각한 인구위기 국가가 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가장 빠른 인구감소 속도를 막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다. 엄청난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저출산 대책에 225조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유치원 시절부터 입시 교육 전쟁의 선전포고를 받고 그 후 치열하게 학창시절을 보낸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는 부족하고 삶의 근간이 되어줄 집 소유는 영원한 꿈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블로거의 탄식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는 이에 대한 답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본질적인 진지한 고민은 늘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초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해소돼야 한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이대로 가다간 지방 소멸에 이어 국가 소멸이라는 최악의 상태를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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