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가 학교 급식실 조리종사자 배치기준 개선안을 제시하지 않는 경기도교육청을 규탄하며 26일부터 도교육청 남부청사 주차장에서 무기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연대회의는 현재 도교육청의 급식실 조리종사자 식수인원은 한 사람당 150명으로 공공기관보다 2배 이상 많다며 식수인원을 공공기관 조리종사자와 같이 한 사람당 60명으로 맞춰달라고 요구했다.

연대회의는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도 요구했다. 조리종사자들이 폐암 등 잦은 질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조리 때 발생하는 매연과 독한 세정제 증기로 인해 폐암에 걸리고 숨지는 경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도 지난 6월 23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에게 대책 수립을 요구한 바 있다. 급식 노동자가 업무에 시달려 암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골병에 시달려 죽음 앞에 놓여있다”며 ▲배치기준 테스크 포스 정상화 ▲대체인력제도 개선 ▲안전보건관리체계 확립 등을 요구했다.

몇 해 전 수원시 모 중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던 조리실무사가 폐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던 중 사망했다. 같은 곳에서 일하던 조리노동자도 뇌출혈로 쓰러졌다. 안양시의 조리실무사도 락스 중독으로 쓰러졌다.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이처럼 열악한 상황이지만 급식실 유해요인은 제거되지 않고 있다. 급식 노동자 사망의 핵심 원인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력부족이다.

임태희 교육감은 새로운 급식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 지난 선거 때 학생들이 기호에 따라 메뉴와 양을 정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식 급식 운영을 주요 공약 중의 하나로 발표했다. 이에 도교육청은 카페테리아식 급식 운영 방식의 확대를 위한 사업 시행에 나서기로 했다. ‘카페테리아 급식 운영 모델 개발을 위한 TF’도 구성한다. “학생들의 기호와 요구에 맞는 다양한 급식과 건강한 식생활교육을 통해 맛과 질이 보장되는 학교급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아이들에게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지난 22일 김옥순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경기도의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열악한 급식실 환경, 부족한 조리실무사 등으로 학교급식 제공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교육감이 계획했던 아침급식 제공이나 카페테리아식 급식 검토는 무의미한 공염불”이라고 꼬집었다.

선행돼야 할 것이 학교 급식실 인력을 확충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다. 조리종사자들이 안전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을 때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도 정성이 더욱 깃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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