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국 영웅인 이순신 장군과 애국지사 윤봉길 의사의 영정이 친일화가 장우성이 그렸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국민들이 아직도 많다. 충남 아산 현충사에 있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영정은 1953년 장우성이 그렸는데 1973년 제1호 표준영정이 됐다. 현재 충남 아산 현충사에 있다. 장우성은 1941년 조선총독부가 주관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총독상을 받았다. 일제를 찬양하는 작품을 다수 그렸다. 이에 따라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올랐다.

100원 동전에도 장우성이 그린 영정그림이 있다. 5000원(율곡 이이, 김은호 그림), 1만원(세종대왕, 김기창 그림), 5만원(신사임당, 김은호 그림) 지폐에 있는 정부 표준 영정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된 화가들이 그린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히는 일은 표준영정 저작권을 가진 친일화가 후손들에게 화폐 영정 등 사용료가 지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친일화가가 그린 표준영정을 지정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시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개호 의원( 더불어민주당, 담양·함평·영광·장성)에 따르면 친일 화가가 그린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 지정해제 요구를 문체부가 2010년과 2019년 두 차례 반려한데 이어 2020년에도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가 이순신 표준영정 지정해제를 문체부에 신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심의진행 중’이란 답변만 내놓고 있다며 지정해제를 촉구했다. ‘화가의 친일논란을 지정해제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체부의 영정동상심의규정엔 ‘사회통념에 비춰 다시 제작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지정 해제할 수 있다고 돼있다. ‘사회 통념’은 이 의원의 지적처럼 “임진왜란 때 왜구를 물리친 이순신 장군이나 일제에 맞서 독립을 위해 산화한 윤봉길 의사와 같은 인물들의 영정이 친일화가들에 손에 그려져선 안될 일”이라는 것이다.

지난 2020년 9월 전라북도 남원시에 있는 광한루원 춘향사당에 봉안돼 있는 춘향영정이 철거됐다. 1961년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린 영정으로, 남원시민들은 친일화가 춘향영정을 항일운동의 역사적 가치가 높은 광한루원에 봉안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철거를 주장해 왔다. 2005년 5월 박노정 씨를 비롯한 진주지역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김은호가 그린 논개 영정 복사본을 의기사에서 강제로 뜯어낸 일도 있었다.

친일청산을 말로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충무공 영정을 비롯, 친일화가들이 그린 위인들의 표준영정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지정해제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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