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선진국에선 특유의 사고방식을 가진 개인 혹은 집단을 중산층으로 분류해 오고 있다.

이런 면에서 프랑스는 감성적이다.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중산층 기준을 정하고 있어서다.

우선 살아가면서 외국어 하나 정도는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야 중산층에 낄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다룰 줄 아는 악기 하나쯤은 필수여야 한다.

거기에 남들과 비교해서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일상적인 것 이외의 것도 있다.

공분(公憤)에 의연히 참여할 것과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에 꾸준할 것 등도 기준에 포함돼 있다. 지성까지 겸비해야 중산층 반열에 들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숫자적인 소득과 재산을 중산층 기준으로 삼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 내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을 보아도 잘 나타난다.

재산보다는 당사자 정체성이 얼마나 뚜렷한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주장이 떳떳하고, 사회적 약자를 도와야하며 부정과 부패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있어야 중산층에 속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신사의 나라여서 그런지 페어플레이 할 것을 기준에 포함시키는 등 좀 독특하다.

하지만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과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미국과 비슷하다. 다만 자기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과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등이 차이가 날 뿐이다.

물론 이같은 나라별 기준은 어떤 면에서 추상적일 수 있다. 하지만 문화소양과 사회적 활동을 중시하는 것만은 공통이다. 

오래전부터 정해진 기준이지만  세상이  변한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나라처럼  경제적으로 잘 먹고 잘 살아야 중산층이라는 개념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를 반영하듯 중산층을 정하는 OECD 분류법이 있다. 해당 나라 인구중 50%에 위치해 있는 사람의 소득을 중위소득으로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중산층을 분류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우리 국민이 5200만명이라면 소득순으로 2600만명대 소득을 2020년 기준 중위소득으로 보고 4인 가구 월 475만원이므로 월소득 356~950만원에 해당하는 4인 가구가 중산층에 속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실제 이런 사람들을 중산층으로 보고 있는 걸까?  약간 다르다.

올해 초 모 투자증권에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대체로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이 686만원, 월 소비 427만원, 순자산 9억4천만원은 돼야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그러나 이는 설문에 대한 대답이며 '희망사항'일 뿐, 현실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 중론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부채없이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월급여 500만원 이상, 자동차 2000cc급 중형차 소유, 예금액 잔고 1억원 이상 보유, 해외여행 1년에 한 차례 이상 다닐 것 등 다섯 가지가 중산층 기준"에서 크게 벗어 나지는 않았으나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중산층이 쪼그라 들고 있는 것이 뚜렷해서다.

사회 안전판 역할을 하며 사회 윤리 의식을 책임지는 역할까지 해온 중산층의 몰락, '부활의 묘책'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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