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회관은 내 누이동생네 가족이 단골로 다니는 해장국집이다. 지금은 동생이 동탄으로 이사를 해서 자주 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나도 직장에 출근할 때는 직원들과 함께 가곤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바깥주인장이 선지가 가득 담긴 커다란 국자를 들고 돌아다니며 듬뿍듬뿍 퍼주던 그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 집은 원래 단골이 많았지만 ‘백종원의 3대 천왕’이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소개가 된 뒤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퇴직을 하고 이사를 한 뒤 발길이 뜸해졌는데 최근 신문에 유치회관 소식이 떠서 반가웠다.

박명숙 유치회관 대표와 서성환 ㈜송악 대표, 이수찬 이마트24 수원마이홈점 대표 등이 ‘수원시 셰어하우스 CON’에 입주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퇴거 후 주거 마련 비용을 후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후원금 기부자들과 이재준 수원시장. (사진=수원시)
후원금 기부자들과 이재준 수원시장(가운데). (사진=수원시)

매달 박명숙 대표가 30만원, 서성환 대표가 20만원, 이수찬 대표가 10만원씩을 2년 동안 내놓기로 했다는 소식에 뜨끈한 해장국을 한 그릇 먹은 듯 속이 훈훈했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2년간 지속적으로 매달 후원금을 내놓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코로나19로 2년 넘게 고난을 겪었을 상공인들이지 않은가.

수원시는 이 후원금을 셰어하우스 CON 입주 청년이 2년 후 퇴거할 때 청년임대주택 보증금과 집기 마련 비용 등으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고맙다. 청년들의 건강한 홀로서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명숙·서성환·이수찬 대표와 후원을 권유한 인계동 홍용선 통장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동양육시설에 있는 만 18세 청년은 법에 따라 보호가 종료된다. 보육시설에서 나온 청년들에겐 1인당 500만원 정도의 자립정착금이 지급되고, 3년 동안 지방정부가 월 30만원 정도를 지급한다.

그러나 이 돈으론 자립이 어렵다. 퇴소 청년 중 약 36%가 5년 이내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된다고 한다.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퇴소한 청년 절반 정도가 거주할 곳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수원시는 자립준비청년 셰어하우스 CON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CON은 Community(지역사회)와 ON(계속)을 합친 용어다.

LH의 매입임대주택을 활용한 셰어하우스 CON은 관내 아동복지시설 퇴소 청년들에게 임차료 없이 2년 동안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공동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자립 활동을 지원한다.

현재 권선1동·매탄1동 다세대주택을 사용하고 있다. 보증금과 임대료는 수원시가 100% 지원하며 입주청년은 관리비와 공과금만 부담하면 된다.

셰어하우스 CON 입주자에겐 수원시가 생활용품 구입비용, 수원시청년지원센터 등 지역사회 서비스 우선 이용, 취·창업 관련 기관 연계, 해당 기관 추천 등의 혜택을 준다. 퇴소자에겐 수원시 청년 우선공급 청년임대주택 입주 우선권도 부여한다.

수원시의 청년 주거복지정책인 셰어하우스 CON은 중앙정부 주거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이 홀로서기를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이 돼 줄 것이다.

수원시 셰어하우스CON. (사진=수원시)
수원시 셰어하우스CON. (사진=수원시)

보도에 따르면 셰어하우스 CON을 처음 기획한 공무원은 수원시 도시재생과 김매옥 주거복지팀장이라고 한다.

관내에 거주하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대출이자의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집을 마련할 최소한의 자금도 갖지 못한 아동복지시설 퇴소 청년들이 다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 청년들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이 사업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김 팀장의 소망대로 셰어하우스 CON이 기댈 곳 없는 청년들의 가족이 되고 고향이 되길 바란다.

아울러 2호에서 끝나지 않고 3, 4호 셰어하우스 CON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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