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이 크게 늘고 있다. 국가 중앙암등록사업소에서 발간한 2002년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을 기준으로 2002년의 암 발생 비율을 보면 대부분의 암 발생이 점차 늘고 있다.

이중 남성은 전립샘암이 211%에 이어 대장암이 184%로 발생이 늘고 있다. 여성은 갑상선암 246%, 유방암 199%에 이어 대장암 164%로 크게 늘고 있다.

이같이 대장암 발생이 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으나 생활 방식의 서구화와 동물성 지방의 섭취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대장암은 남녀 모두 두번째로 흔한 암임을 고려할 때 생활패턴이 서구화되면 될수록 선진국형 암인 대장암의 빈도는 계속 늘 것으로 추정된다.

대장암은 서구에서 가장 흔한 악성 종양 중의 하나다. 서양의 경우 50세에 정상이었던 사람이 80세가 될 때까지 대장암에 걸릴 확률은 약 5%가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는 대장암의 발생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발생률이 가장 높은 암은 위암이다. 그러나 과거 20년의 통계를 보면 위암이 전체 암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14% 감소한데 반해, 대장암은 203%나 증가했다. 주요 암 중에서 그 증가세가 가장 높다.

2001년 현재 우리 나라에서 대장암은 4위의 발생률을 보인다. 남자의 경우 전체 암의 10.5%로 4위, 여자의 경우 전체 암의 10.5%로 3위다. 2000년에 우리나라에서 새로 발생한 암환자 수는 모두 8만3천846명이었는데, 이 중 대장암 환자수는 총 8천149명으로 10.3%였다.

◇ 조기진단ㆍ맞춤치료 … 완치율 높아

박모(37)씨는 평소 고기를 잘 먹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며 지내왔는데 최근에 대변볼 때 출혈이 있어서 내시경 검사를 한 결과 세군데에 대장암이 진단돼 수술을 권유받았다.

박씨의 누나 3명중 작은 누나(45)는 10년전 대장암을 진단받고 수술받았다고 한다. 박씨가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는 동안 박 씨의 큰 누나(48)가 복통으로 병원을 방문해 대장암을 진단받았다. 검사 결과 복제실수 교정 유전자인 MSH2의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박씨는 유전성 대장암으로 전대장절제술을 받았고 1기 대장암으로 진단됐다.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한 유전성 대장암은 젊은 연령에 발병하며 가족 구성원의 약 절반에서 암이 발생한다.

전체 대장암 환자의 약 75%는 유전과 관계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25%는 유전과 관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유전성 대장암으로는 박씨의 경우와 같은 복제실수 교정유전자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과 전체 대장에 걸쳐 수백개 이상의 용종이 발생하고 대장암으로 진행되는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이 있다.

대장암 환자들의 연령 분포를 보면 60대가 31.9%로 가장 많다. 50대가 그 뒤를 따른다. 그러므로 대장암에 걸릴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50세 이상의 연령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50세 이상이 되면 누구나 대장암에 걸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 다음과 같은 사람들은 특히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과거에 대장의 선종, 대장암, 염증성 장질환 등을 앓았던 사람 ▲가족 중에 대장암이나 대장 선종 환자가 있는 사람 ▲가족 중에 대장용종증 환자가 있는 사람 ▲지방 섭취가 많고 섬유질 섭취가 적은 사람 ▲과거에 유방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등을 앓았던 사람.

◇ 대장암 증상

다양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나 특징적인 증상은 없다. 상당한 경우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각종 검사로 대장암이 진단되기도 한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변비나 설사가 새로 나타나서 상당 기간 계속될 때, 배가 자주 아플 때, 대변의 굵기가 가늘어질 때, 대변에 피가 묻거나 섞여 나올 때, 대변을 본 이후에도 덜 본 것 같은 잔변감 또는 후중증이 있을 때는 40세 이상이면 대장암을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런 증상은 대장, 직장 또는 항문의 다른 질환일 때에도 흔히 나타나므로 정확한 검사로 구별해야 한다.

증상의 종류와 정도는 대장에서 암이 어느 부위에 있는지 또는 어떤 모양인지, 종양이 장을 막는지, 그리고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다양하다.

예를 들면 직장암에서는 대변에 피가 묻어나오는 경우가 흔하고, 좌측 대장암에서는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올 수 있다. 때로는 환자 스스로가 배를 눌러보아 덩어리가 있음을 알아차리는 일도 있다.
종양이 장을 막아서 장폐색증이 발생하면 복통이 심하고 배가 불러지며 장이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도 있다.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되는 경우에는 오른쪽 윗배가 뻐근하게 아플 수 있으며 황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복막으로 전이되면 배 전체가 답답하고 불편하며 때로는 복수가 차서 배가 불러지는 경우도 있다. 폐로 전이된 경우에는 호흡곤란과 기침이 문제가 된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대장항문외과 의사와 상담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자가 진단은 절대 금물이다. 복통이나 체중 감소는 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 대장암 검사와 치료

최근에는 대장 내시경에 관심이 많이 높아져서 조기진단이 되는 경우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환자는 암이 진행된 상태로 병원을 찾게 된다. 일단 대장 내시경에서 조직검사를 통해서 대장암이 진단되면 어느 정도로 진행했는지를 알아보는 진단검사가 이루어지는데 대표적인 것이 복부골반CT 검사이다.

검사결과 간, 폐, 뼈 등 원격장기에 전이가 없는 경우 수술을 하게 되는데 수술이 대장암 치료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암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수술방법은 차이가 있지만 암이 발생한 부위를 정상조직과 림프절을 포함해 제거한 후 남은 장을 서로 연결하여 대변을 잘 볼 수 있도록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외과적 수술의 기본원칙이다.

최근에 대장암에 대해서도 복강경보조 대장 절제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는데 상처가 적어 회복이 빠르고, 통증이 적으며, 면역력 저하를 줄일 수 있어 기존의 개복수술에 비해 성적이 동등하거나 우세하다는 보고들이 있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암발생 이전에 용종의 단계를 거치므로 용종인 상태에서 발생하는 대장암의 경우는 내시경을 통한 절제술 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수술로 제거한 조직은 정밀조직검사를 통해 최종적인 병기가 결정되는데 대장암의 경우 림프절전이가 없으면서 대장 전체벽을 뚫지 않은 경우는 1기, 대장 전체벽을 뚫고 나왔으나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는 2기, 림프절 전이가 있으면 암세포 침투 깊이에 관계없이 3기, 간, 폐 등 원격장기에 전이가 있는 경우는 4기로 분류된다. 병기에 따라 맞춤치료가 이루어진다.

<도움말 = 전호경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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