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에서 검진을 받던 산모가 지속적인 기침증세를 보이고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산부인과 의사가 검사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출산 후 폐암 선고를 받고 사망했다면 병원이 산모 가족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민사21단독 황병헌 판사는 출산후 비소세포성 폐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다 사망한 산모의 남편 A(35)씨가 아들(4살)과 함께 산부인과 검진을 받아 온 경기도 안양의 B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남편에게 1천100만원, 아들에게 900만원의 위자료를 각각 지급하라"는 원고일부 승소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병원에서 산부인과 진료를 받은 산모가 흡연경력이 없는데도 지속적인 기침증세를 호소했다면 피고 병원의 진료과목이 비록 산부인과라 하더라도 담당 의사들은 폐암 또는 기타 심각한 폐질환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적극적인 검사를 시행하거나 산모에게 검사를 권유할 주의 의무가 있었는데 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숨진 산모의 경우 B병원에 온 초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었더라도 그 당시 폐암의 진행 정도를 확정할 수 없어 수술치료 등으로 사망의 결과를 막을 수 있었으리라고 볼 수 없고, 생명 연장의 가능시간이나 병원 측의 과실이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일실수입, 치료비 및 장례비 상당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신 "산모가 조기에 폐암을 발견했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 생존기간을 연장할 여지도 있었다고 보여 지고, 자신의 병을 인식하고 준비할 기회를 상실했으므로 이에 따른 산모 및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지급의무는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A씨의 아내(사망 당시 34세)는 2003년 4월 12일부터 10월 16일까지 B병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로부터 정기적인 진료를 받으면서 "기침과 가래가 나오고 가슴 및 허리에도 통증이 있다"고 호소했지만 담당 의사는 감기약 처방외에 특별한 처방이나 검사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A씨 아내는 같은 해 10월 28일 분당의 다른 병원에서 아들을 출산 한 뒤 병리검사를 통해 비소세포성 폐암 4기로 확진 받았고 이후 항암 약물치료를 받다 결국 다음해 8월 1일 숨졌다.

그러자 산모의 남편은 '환자가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제대로 암을 진단하지 못해 아내가 숨졌다'며 산부인과 병원을 상대로 총 8천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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